[현장에서]한국당 청문회 헛발질에 안도하는 與

“힘들게 되신 분들이 일 잘 한다” 野 비꼬는 우스갯소리도
‘신 3종 부적격세트’, 청문회서 의혹해소·역량 입증 안 돼
與, 세 후보 감쌀 수 있는 이유…野, 무능한 청문대응 탓
  • 등록 2017-07-03 오후 6:32:04

    수정 2017-07-04 오전 10:05:00

지난 29일 오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회사무처가 회의장 밖 외벽에 부착한 김 후보자 논문표절 의혹 관련 자료를 떼어낸 것과 관련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야당이면 언론에서 나온 의혹들을 더 구체적으로 파헤쳤어야 하는데 청문회에서 더 나온 게 없다.”

지난달 29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원내 관계자가 여당 출입기자들에게 웃으며 던진 한마디다. 당시는 야3당이 ‘신 부적격 3종세트’라고 규정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마친 다음날이자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한창 진행 중이던 때였다.

야권이 낙마를 정조준하는 고위 공직후보자 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이 연일 헛발질을 하면서 여당의 우려를 손수 불식시켜주고 있다. 이른바 ‘슈퍼 청문위크’를 앞뒀을 때만 해도 불안감을 읽을 수 있었던 여당 내 분위기는 안도감으로 돌아선 모습이다.

여당에선 오히려 야당의 강력한 반대 속에 청문보고서 채택 자체가 무산된 김상곤 공정거래위원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사례를 언급하며 “힘들게 되신 분들이 일을 잘 하신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청문정국에서 야당의 무딘 공세가 무섭지 않다는 자신감이 은연중 나타난 것이다.

야당, 특히 한국당은 ‘신 부적격 3종세트’ 청문회에서 오히려 여당에 반격 빌미를 주고 병역면탈과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 5대원칙을 위반한 후보자들에게 물타기 기회를 제공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에서는 김학용 한국당 의원의 사실관계와 다른 송 후보자 추가 음주운전 폭로에 “송영무 후보자가 낙마 1순위였는데 잘못된 정보로 김이 확 빠졌다”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김상곤 후보자 청문회에서 역시 이은재·전희경 한국당 의원 등이 ‘사상검증’을 앞세워 각각 ‘사회민주주의를 지향하지 않았느냐’·‘사회주의자’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오히려 여당이 “색깔론·혐오발언(hate speech)”이라고 정쟁으로 분위기를 끌고 갈 여지를 줬다.

신보라 한국당 의원 역시 조 후보자 청문회에서 장관의 업무능력이나 도덕성과 연관 짓기 애매한 후보자의 고성·반발 동영상을 공개했다. 조 후보자가 해당 동영상에서 고려대 학생들에게 무례한 태도를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욕설이나 비속어를 퍼붓는 등 객관적 기준에서 도덕성을 질타받을 만한 내용이었는지에는 의문이 들었다.

세 후보자 청문회를 현장에서 지켜본 취재기자들 사이에서는 해군참모총장 퇴직 후 로펌에서 월 3000만원 수임료를 받은 송 후보자의 “퇴임장성이 방산업체에 취업하는 것을 추천하겠다”는 발언이나 석사·박사·학술지 논문에서 250곳 이상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 후보자의 “당시 관행에 따라했다”는 뻔뻔한 태도 등 후보자들이 보여준 자질 자체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즉 각종 의혹이 제대로 해소된 것도 아니고 후보자들이 청문회장에서 자신의 정책 역량을 입증한 것도 아니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에서도 여당인 민주당이 청문회 뒤 세 후보자를 감싸고 돌 수 있는 배경을 제시한 원인 중 하나는 한국당의 무능한 청문회 대응이다.

말로만 ‘자진사퇴’·‘지명철회’를 외칠 것이 아니라 제1야당으로서 도덕성과 자질에 문제가 있는 후보가 물러날 수 있는 여건을 스스로 만들었어야 하는데 역부족인 모습이다. 정권과 여당의 독단뿐만 아니라 야당의 무능함이 손잡을 때 비로써 인사 난맥이 완성된다.

홍준표 대표가 새로 선출된 전당대회에서 “달라질게요”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한국당. 군사독재 시절 철 지난 ‘색깔론’이나 망신주기 식 청문회가 아닌 후보자가 가진 도덕성과 정책능력에 대한 날 선 지적을 통해 제대로 된 견제 역할을 하는 야당으로 달라지길 바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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