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신의칙` 적용 판결에도…재계 "구체적인 기준 마련 시급"

"신의칙 적용 기준 노사 예측 가능해야 혼란 없어져"
"회사 규모·지불여력만 판단할 경우 모순되는 상황 발생"
  • 등록 2020-07-13 오후 7:44:01

    수정 2020-07-13 오후 9:42:23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대법원이 한국지엠과 쌍용자동차(003620) 근로자들이 낸 통상임금 소송에 대해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적용하면서 재계가 환영의 뜻을 내비치면서도 명확치 않은 기준으로 인해 혼선 가능성이 있다며 구체적 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13일 법조계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 9일 한국지엠과 쌍용차 근로자들이 ‘정기상여금 또는 상여금과 그 외 수당 등을 포함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한 법정수당 차액 및 퇴직금 차액을 사측이 지급해야한다’며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전부 상고 기각 판결했다.

한국지엠 생산직 근로자 5명은 지난 2007년 4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정기상여금, 개인연금보험료, 하계휴가비 등을 포함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총 약 1억5600만원 상당의 퇴직금 차액 지급을 청구했다. 아울러 쌍용차 근로자 13명은 2010년 3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상여금과 그 외 수당 항목을 포함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한 총 약 5억1200만원 상당의 퇴직금 차액 지급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두 소송 모두 정기상여금 또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이를 추가로 지급할 경우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어 ‘신의칙’에 따라 추가 지급은 허용할 수 없다고 봤다.

이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통상임금 소송에서 회사의 사정을 고려한 법원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대법원 판결만으로 신의칙 적용 여부를 노사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판단기준이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신의칙 원칙의 판단 기준이 회사 경영상의 어려움이었던 만큼 회사의 규모와 지불여력만을 두고 신의칙 적용을 판단한다면 경영상태가 좋은 회사의 사건에서만 신의칙이 부정되는 모순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경총은 “신의칙 법리가 노사 신뢰 존중, 불필요한 분쟁 종식에 목적이 있다면 향후 하급심 판결이 대법원 입장에 따라 일률적으로 정리될 수 있도록 최고법원의 확고하고 안정적인 기준 제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명확한 기준이 없을 경우 노사 간 변호사 선임비, 이자비용 등 당사자들은 불필요한 소송비용을 제출하는 등 경제적으로 낭비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자비용의 경우 예를 들어 판결 선고 시까지는 6% 이자비용만 제출하면 되지만 판결 선고 이후에는 사안에 따라 그동안 소요된 시간까지 포함돼 최대 15~20%까지 확대된다는 것이다.

경총은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더 나아가 앞으로 신의칙 적용에 대한 판결의 취지를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밝혀 논란과 갈등을 조속히 종식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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