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교도통신은 중국 랴오닝성 다롄시의 공항에 북한 고려항공기가 도착했다고 8일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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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북·미 정상회담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중국 다롄을 방문한 것을 두고 협상력을 높이려는 북한과 한반도에서의 역할을 재확인하려는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북·미 정상회담 물밑 접촉 과정에서 북한이 공개적으로 미국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내면서 양측간 잡음이 감지된 바 있어 북한의 입장이 주목된다.
이번 북측 최고위급 인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라면 미국에 보내는 더할 수 없는 파격적인 메시지가 된다. 지난 3월말 중국을 찾은 이후 불과 40여일 만에 다시 방중한 것으로 남·북·미 3자간 비핵화와 평화체게 구축 합의에 급제동을 걸려는 시도로 풀이할 수 있어서다. 중국을 끌어들임으로써 외교적 균형추를 맞추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앞서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이 각각 지난달과 이달 북한을 찾아 김 위원장을 만났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당시 중국 측이 시진핑 국가 주석의 방북을 추진했는데 북측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로 만남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번 북중 최고위급 만남은 한미로서는 간과할 수 없는 외교적 사안이다.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가까워 오면서 북측은 미국에 뚜렷한 경고음을 내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이 앞서 한반도 비핵화의 의지를 여러차례 재확인하면서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요구치를 높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흘러나왔다. 미국의 압박을 받은 북한이 급하게 중국을 찾아 카드를 늘리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중국으로서도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에 있어 ‘차이나 패싱’의 우려를 지울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 합의를 하면서 주한미군 문제도 단숨에 풀어낸다면 중국으로서는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다.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려는 중국이 북한의 급박한 손짓에 호응했으리라는 분석이다.
더욱이 다롄에서는 조만간 중국의 첫 자국산 항공모함 001A함이 시험 항해를 앞두고 있어 북중 최고위급 지도자들이 기념식을 지켜보는 것은 북중 동맹관계의 건재함을 알리는 길이 된다. 현대전에서 핵심 무기인 항공모함의 첫 시험 항해에 중국이 북한을 초청하고 북한이 이에 응했다는 것은 군사적 우호관계라는 메시지를 전세계로 발신할 수 있다.
한편에서는 경제 발전을 강조하고 있는 북한이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인 다롄 방문으로 이 같은 기조를 더욱 강화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다롄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2010년 방중 당시 가장 먼저 들렀던 곳으로 나진항 개발 사업 등 북중 경제협력의 핵심 지역으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