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으름장에 투자 화답했지만…말만 앞세운 기업들

포드 이어 도요타·알리바바도 “美 투자”
장밋빛 청사진뿐 구체적 계획 거의 없어
  • 등록 2017-01-10 오후 5:20:43

    수정 2017-01-10 오후 7:08:36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미국에 투자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으름장에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투자와 고용 창출을 약속하며 화답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껏 투자 약속이 구체적이지 않아 트럼프가 기대했던 경제적 효과로 나타날 것인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포드 이어 도요타·알리바바도 “美 투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 마윈(馬云) 회장은 9일(현지시간)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약 40분간 면담했다. 마윈은 이 자리에서 트럼프에게 5년 내 미국 내 100만명 규모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미국 중소기업들에 4억5000만명 회원을 보유한 중화권 최대 온라인 쇼핑몰이라는 새 판로를 열어줌으로써 간접 고용을 늘린다는 복안이다. 트럼프는 면담 후 “(마 회장은) 위대한 경영인”이라며 “뜻깊은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마윈의 이번 행보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사장과 닮은 꼴이다. 손 사장도 지난달 7일 이 곳을 찾아 500억달러(약 59조원)에 이르는 투자와 함께 5만개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소프트뱅크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함께 조성키로 한 1000억달러 규모 테크펀드 상당액을 성장성 높은 미국 스타트업 인수에 활용할 계획이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9일(현지시간)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 면담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AFP


고용 효과가 큰 자동차 제조기업의 미국내 투자계획 발표도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는 공화당 후보 시절인 지난해 초부터 트위터나 연설을 통해 미국 자동차 회사의 생산 거점 해외 이전을 맹비난해 왔다. 일본 도요타자동차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사장은 9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개막한 ‘2017 북미국제오토쇼’에서 앞으로 5년 동안 미국에 100억달러(약 12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가 지난 5일 트위터에 도요타 멕시코 바자 공장 건설을 비난한 지 나흘 만이다. 아키오 사장은 트럼프와 무관한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일본 교도통신을 비롯한 외신은 “(트럼프의) 압력에 응답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FCA(피아트-크라이슬러)도 이달 8일 2020년까지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을 투입해 미시건·오하이오주(州) 2개 공장을 개·보수하고 2000명을 추가 고용한다는 성명을 냈다. 포드 역시 앞선 3일 트럼프가 맹비난했던 16억달러 규모의 멕시코 공장 설립 계획을 취소하는 대신 7억달러를 들여 미시건주에 새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 밖에 애플도 최근 애리조나주 메사에 데이터센터 서버 장비 생산을 위한 승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밋빛 청사진뿐 구체적 계획 거의 없어

이처럼 주요 기업들의 장밋빛 공약은 잇따르고 있지만 미국내 고용 창출 같은 실질적 효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당선인의 압박에 대규모 투자계획이 속속 발표되고 있고 트럼프측도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알맹이는 빠져 있는 상태다.

마윈 회장의 5년간 100만명 고용 창출 발언은 미국 전체 월간 비농업부문 고용자수 변동이 15만명 전후라는 걸 고려하면 현실성이 낮아 보인다. 또 간접 고용이라 실제 그 만큼 효과가 있을지 확인할 방법도 없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에는 이미 많은 미국 상품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만큼 마윈이 트럼프를 만나 알리바바를 전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미·중 통상마찰 우려를 줄여 보려는 노력 정도로 해석해야 할 것”이라며 과잉해석을 경계했다.

잇딴 자동차업체들의 투자계획 발표에도 정작 대규모 고용 창출로 이어지는 미국내 신규 공장 건설 계획은 포드 단 1곳 뿐이다. 도요타의 미국 투자는 미국법인 본사 텍사스 이전이나 인공지능(AI) 연구소 설립 등 통상적인 설비투자에 집중됐다. 트럼프 당선인이 맹비난했던 멕시코 공장 건설은 그대로 추진한다.

미국 최대 자동차회사인 제네럴모터스(GM)를 비롯해 크라이슬러, 혼다, 기아차(000270), BMW 역시 멕시코 공장 생산 계획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하치고 다카히로(八鄕隆弘) 혼다 사장은 “아직 트럼프 정책이 확실히 정해진 게 아닌 만큼 좀 더 자세히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뉴스는 “미국내 자동차 판매는 지난해 1754만대를 정점으로 2023년까지 소폭 줄거나 정체할 전망”이라며 “수요는 정체돼 있고 대외 통상 환경이 나빠지는 시장에서 생산을 늘리는 데는 부담이 따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9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2017 북미국제오토쇼’에서 신차를 소개하고 있다.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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