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英예산책임청처럼 정권서 독립된 재정委 만들어야"

정성호 한국공공선택학회장, '재정위원회' 제언
尹 재정건전성 방안으로 공약, 구체 방향 없어
"신뢰할수 있는 재정전망, 정부 견제 역할 위원회 필요"
"기존 재정준칙 도입안 보완과 위원회 함께 추진해야"
  • 등록 2022-03-24 오후 5:22:55

    수정 2022-03-24 오후 10:25:40

[세종=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새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온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중장기 재정 전망을 내놓고, 정부의 재정 운용을 견제할 수 있는 행정부 내에 독립행정청 형태로 재정위원회를 신설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공공선택학회장을 맡고 있는 정성호 한국재정정보원 연구위원은 지난 22일 이데일리와 가진 유선 인터뷰에서 5월에 들어설 윤석열 정부에 이 같은 조언을 내놓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인수위 간사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 윤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재정건전성 확보 방안으로 재정준칙 도입과 함께 독립적인 재정위원회 운용을 공약했다. 다만 위원회의 구체적인 구조와 기능에 대한 구상은 명시되지 않았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을 거쳐 한국재정정보원에서 공공재정, 정부재정통계 등을 연구하며 꾸준히 재정위원회의 설치 필요성을 주장해 온 정 연구위원은 영국 예산책임청(OBR) 형태가 재정위원회 모델로 적합하다고 제언했다. 정 연구위원은 “지금도 재정당국과 국회예산정책처, 연구기관 등에서 장기재정전망을 추계해 발표하고 있지만 전망치 차이가 커 신뢰도가 떨어진다”며 “또 국회예산정책처는 국회를 뒷받침하는 수준으로 독립된 재정위원회로 보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재작년 2020~2060년 장기재정전망을 통해 현상 유지 시나리오 상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81.1%로 전망했다. 반면 국회예산정책처가 2020년 장기재정전망을 통해 내놓은 2060년 국가채무비율은 158.7%로 정부 전망과 두 배 가량의 차이를 보였다.

정 연구위원은 “정부의 재정 운용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하려면 정치적, 행정적, 재정적으로 완전히 독립된 형태의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안한 영국 OBR은 정부나 의회 어느 쪽도 지시 권한이 없는 독립 기구로, 경제 및 재정전망, 재정목표에 대한 성과 분석, 재정의 지속가능성 분석, 재정위험 평가 등의 역할을 한다.

정 연구위원은 독립된 재정위원회의 제1 역할은 재정준칙 준수 여부 모니터링이라고 밝히며, 차기 정부에서 재정위원회 설립은 재정준칙 도입과 함께 논의돼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재정준칙 도입 과정에서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정부안의 보완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성호 한국재정정보원 연구위원.


정부가 지난 2020년 말 국회에 제출한 재정준칙은 2025년부터 국가채무비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60% 이내, 통합재정수지는 GDP 대비 -3% 이내로 관리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다. 다만 이 기준선을 일정 부분 넘나들 수 있도록 국가채무비율을 60%로 나눈 수치와 통합재정수지를 3%로 나눈 수치를 서로 곱한 값이 1.0 이하가 되도록 하는 한도 계산식을 뒀다. 하나의 지표가 기준치를 초과해도 다른 지표가 기준치보다 낮아 일정 수준 내에 머무르면 준칙을 충족했다고 보는 방식이다.

정 연구위원은 “정부의 재정준칙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재정건전화법(국가채무 한도를 GDP 대비 45% 이내로 관리)보다도 후퇴한 것일뿐 아니라, 재정준칙 산식도 근거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가채무비율 60%의 근간이 된 마스트리히트 조약은 비영리 공공기관의 부채를 포함한 일반정부 부채(D2)를 기준으로 하는 반면 재정준칙안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채무인 국가채무(D1)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선진국은 이미 코로나19에 대응해 풀었던 재정을 정상화하는 조치에 나서고 있다”며 “위기에 대응한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는 필요하지만 그 영향을 정확히 전망하고 재정의 지속가능 방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 준칙과 독립된 기구가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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