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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발표한 자율주행차 로드맵을 통해 “2020년 자율주행 레벨3(조건부 자율), 2025년 레벨4(고도 자율), 2035년 레벨5(완전 자율) 단계에 진입하기 위해 30개 규제 이슈를 발굴해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며 “단기 과제 15건을 우선 개선하고 나머지 중장기 과제 15건은 2020년쯤 연구 및 기술 발전 진행 상황에 따라 보완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람 대신 시스템 주행 인정…책임 주체는 기준 통해 명확히
오는 2020년까지 당장 추진하기로 한 단기 과제에는 운전자 개념 재정의, 시스템 관리 의무화, 자율주차시 운전자 이석 허용 등이 담겼다. 이는 조건부 자율주행 단계를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방안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각종 의무사항은 사람이 운전한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하지만 내년까지 사람 대신 ‘시스템’이 주행하는 상황에 대비해 도로교통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운전자가 운전석을 비운 상태로 자율주행 주차 기능을 사용하는 것은 이미 지난 3월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현재 시행 중이다.
현행 법에 ‘운전자 또는 승객의 조작없이 자동차 스스로 운행하는 기능’이라고만 규정돼있는 자율주행 기능 정의를 발전 단계에 따라 상세하게 구분해 향후 발전 단계별로 보험·안전 기준 등을 다르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자동차 관리의무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 자율주행차에 부합하는 의무사항을 2020년까지 신설할 예정이다.
자율주행 중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책임 주체를 보다 명확히 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도 형성한다. 필요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등을 개정해 손해배상 책임 및 형사책임 기준을 분명히 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른 자동차 보험제도 개편도 추진한다. 2022년까지 자율주행차 검사기준도 마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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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오는 2025년 자율주행 레벨4(고도 자율주행)에 진입하고 2035년부터 레벨5(완전 자율주행)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5년 레벨4 진입을 위한 중기 과제는 총 10건이다. 레벨4는 운전자가 시스템의 개입 요청에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주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특정 구간, 특정 기상 상황을 제외하면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중기 과제로는 2022년까지 자율주행차를 위한 통신 표준 마련 등이 있다. 통신망과 연계된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대비해 표준을 마련하면 차량과 통신 대상간 상호 호환성을 제고할 수 있다.
그밖에 2022년까지 도로교통법에 특례를 신설해 자율주행차 군집주행을 허용하기로 했다. 화물차의 물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레벨4 진입 후 레벨5 완전 자율주행 시대로의 도약을 위한 장기 과제는 총 5건이 선정됐다. 레벨5는 모든 구간, 모든 상황에서 시스템을 통해 주행이 이뤄지는 수준이다.
오는 2027년까지 자율주행 기능이 적용된 차종을 운전하는 간소면허 또는 조건부면허가 신설된다. 현재 과로와 질병 등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상태 등을 운전 결격 및 금지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재검토해 2027년까지 완화한다. 이로써 자율주행 차량 이용자 범위가 넓어져 상용화를 촉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운전석 배치 등 장치기준도 개정해 차량 디자인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담겼다. 운전석과 차량조종장치 등의 위치를 제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2027년까지 관련 법이 개정되면 자율주행차량의 다양성과 편의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그밖에 주차장 자율주행 안전기준을 2027년까지 마련해 안전한 자율주행 발렛파킹(원격주차)를 가능하게 만든다는 계획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규제 왕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다른 나라에 비해 규제가 많은 상황에서 규제를 타파하겠다는, 일종의 마스터플랜을 제시한 것은 상당히 중요한 진전”이라면서도 “완전 자율주행 시대 진입까지는 15년 이상 남았는데 정권에 상관없이 기존 계획을 흔들림없이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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