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노동신문이 북미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 싱가포르 외교부 관계자와 악수하고 있다고 11일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
|
[싱가포르=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오찬 회담을 하면서 회담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숙소인 세인트 리지스 호텔에서 두문불출했다. 숙소에 머물면서 정상회담 마지막 의제 조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자신감·숨죽인 김정은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대통령궁인 이스타나궁에서 리셴룽 총리와 오찬을 하며 “매우 흥미롭고 잘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싱가포르에 도착한 직후에도 “매우 좋다(very good)”이라고 거듭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는 “여러분도 알다시피 우리는 내일 아주 흥미로운 회담을 하게 된다”며 “아주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들뜬 모습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호기로운 모습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9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공동성명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협상에 임하는 자신감과 함께 북한에 대한 간접적 엄포도 놓았다. 완전한 비핵화가 수용되지 않으면 협상장을 박차고 나올 수도 있다는 신호를 남긴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다르게 김정은 위원장은 외부 일정을 자제한 채 숙소에서 줄곧 머물렀다. 통상 지도자들이 정상회담 하루 전에 여장을 푸는 것을 감안하면 이틀 전에 싱가포르에 도착한 김 위원장이 별도의 행보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숙소에서 참모들과 마지막까지 회담 준비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북측 실무인사들의 움직임은 활발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을 대표로 하는 실무단을 미국측 인사들과 오전 오후에 나눠 회동했다. 리용호 외무상, 조용원 조직지도부 부부장,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등의 모습도 감지됐다. 이들의 행선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여겨진다.
| 6·12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이스타나궁에서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의 오찬 회담을 하고 있다.(사진-스트레이츠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
|
북측 인사들은 취재진의 질문에 함구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북한 매체들은 11일 김 위원장의 평양 출발 소식을 보도하면서 회담 의제를 “새로운 조미 관계를 수립하고 조선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문제”로 소개했다. 아울러 “조선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문제”라며 비핵화에 대한 표현도 사용, 북·미 정상회담의 긍정적 징후를 연출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와 북측의 체제보장을 빅딜 할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거듭되는 실무회담..최종 조율 이를까
북·미는 판문점에 이어 싱가포르까지 모두 7차례 실무협상을 가졌다.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에도 오전과 오후 성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부상이 거듭 만나며 최종 합의문 조율에 나섰다. 이 자리에는 북한 측에서는 김성혜 통일전선책략실장과 최강일 외무성 미국국장 대행이, 미국 측에서는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한반도담당관과 랜달 슈라이버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배석했다.
이날 오전 10시(현지시간)께부터 싱가포르 리츠칼튼 호텔에서 진행된 실무협상은 2시간 가량 진행된 가운데 오전 일정을 마쳤고 각자 점심식사 뒤 오후 2시 40분부터 오후 회담을 시작해 3시간 가량 대화했다. 회담 전후 김 대사와 최 부상 모두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하면서 실무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불거졌다.
다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오전 실무협상이 마무리된 뒤 트위터를 통해 현장 사진을 두 장 게재하면서 “성김 (주 필리핀 미국) 대사와 북한 외무성이 만나면서 오늘 싱가포르에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만남들이 있었다”고 평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싱가포르 메리어트 호텔 프레스센터에서 백악관 출입기자 상대 브리핑을 통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결과”라며 “북한과의 대화가 매우 빨리 진전되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할 때에는 안전보장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도 말했다.
|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오전 싱가포르 현지 신문 1면에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입국 소식이 실려 있다.(사진=연합뉴스) |
|
한편 북한 측 숙소인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구원투수 역할론도 떠올랐다. 대북 유화론자로 알려진 윤 전 대표는 세인트 리지스 호텔 레스토랑에서 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과 만나 악수를 나누는 모습이 북한 측 기자단 카메라에 포착됐다. 막바지에 다다른 이들의 협상 여부에 따라 정상회담 분위기도 결정될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