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전현직 임원, '삼성합병' 성사 적극 지원

특검, 장충기 진술조서·문자메시지 내용 공개
한화증권 사장에 "불필요한 소란 말라" 설득
삼성, 합병 성사 위해 전방위 로비 펼친 정황
  • 등록 2017-04-13 오후 5:00:22

    수정 2017-04-13 오후 6:45:49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2015년 삼성물산 합병을 앞두고 삼성그룹의 전현직 임직원들이 합병 성사를 위해 장애물 제거에 적극 나선 정황이 공개됐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 뇌물 사건 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급)의 검찰·특검 진술 조서를 공개했다. 장 전 사장은 퇴직 전 삼성그룹의 대외 업무를 총괄한 인물이다.

특검에 따르면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2015년 7월 초 장 전 사장에게 “주진형 한화증권 사장과 한참을 통화했다. 이미 지난번에 반대 의견을 한번 냈고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는데 굳이 또 반대의견을 낼 필요가 있느냐,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주 전 사장이 대표로 있던 한화증권은 국내 기관 투자자 22곳 중 유일하게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부정적 보고서를 작성했다. 주 전 사장은 이후 사장 연임에 실패했다. 황 회장과 주 전 사장은 과거 삼성증권에서 함께 일했다.

그는 이어 “주 사장은 ‘중요한 사안이고 애널리스트가 쓰겠다고 하는데 굳이 말릴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쓸데없는 가정을 갖고 불필요한 소란을 만들지 말라고 강하게 이야기했다”며 “특별한 도움이 되지 못할 것 같아 미안하다”고 전했다. 황 회장은 이후에도 문자메시지를 통해 “한화는 역시 저하고 싶은 대로 했군요. 미안합니다”라고 장 전 사장에게 사과했다.

장 전 사장은 특검에서 이 같은 문자메시지에 대해 “황 회장이 당시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 입장이었고 주 전 사장을 잘 알고 있었다”며 “자신이 주 전 사장을 설득하겠다고 저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 같다”고 밝혔다.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급)이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차 공판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 이수형 전 미래전략실 기획팀장(부사장급)은 삼성그룹 담당 국정원 직원의 전언을 토대로 당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산하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김성민 한양대 교수 설득이 어렵다고 장 전 사장에게 문자메시지로 보고했다.

이 전 부사장은 “김성민이 만만치 않은 것 같다. 김성민은 삼성 논리가 부족하다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한다. 몇 차례 더 만나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또 홍완선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과 김 교수와 대학 동기동창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원모씨가 김 교수를 만나 합병 찬성을 설득한 내용의 문제메시지도 공개됐다.

이밖에도 삼성그룹 비서실 출신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출신의 손병두 호암재단 이사장도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에게 ‘이럴 때 전경련이 목소리를 내 삼성을 도와야 될 것 아닌가’하고 행동을 촉구했다”는 내용을 문자메시지를 장 전 사장에게 보냈다. 장 전 사장은 이에 대해 “손 이사장이 자발적으로 그런 내용을 알려줬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장 전 사장이 수시로 박근혜정부 관계자들과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도 공개됐다. 그는 2015년 10월부터 1년 동안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94차례 통화를 했다. 장 전 사장은 이에 “청와대 행사, 해외 순방, 사업장 방문, 휴대전화 폭발 문제 등 그룹과 관련한 여러가지 논의할 일이 있다보니 연락을 자주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마산중 1년 선배인 이헌수 국정원 기조실장를 통해 정부 인사에 개입한 정황도 이날 공개됐다. 장 전 사장은 감사원 사무총장 후보로 거론되던 한 인사에 대해 “이 친구가 사무총장을 하는 건 있을 수 없다. 그건 말이 안 되는 것이다. 그건 절대 안 된다. 감사원 조직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것이다”고 이 실장에게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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