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6일 ‘뉴 삼성’으로의 혁신을 선언했다. 그동안 경영권 승계 문제와 무노조 경영 등으로 제기된 비판을 받아들이고, 법과 윤리를 엄격하게 준수하겠다는 약속이다. 이를 통해 삼성의 기술과 제품이 세계 일류이듯 삼성의 준법경영 또한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인재 영입과 신사업 투자를 통해 삼성을 한 단계 도약시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날 서울 서초사옥에서 열린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통해 △경영권 승계 논란에 대한 사과와 함께 △새로운 노사문화 정착 △시민사회와의 소통 강화 △준법경영 지속 등을 약속했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은 세 차례 고개를 깊이 숙이며 사과의 뜻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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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이 내놓은 대국민 사과의 핵심은 과거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벌어진 불법 논란에 대한 것이다. “모든 것이 제 잘못”이라며 고개를 숙인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이상 논란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경영권 승계 관련 뇌물 공여 혐의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불법을 시인하거나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그동안 저와 삼성은 승계 문제와 관련해 많은 질책을 받아 왔다. 특히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건으로 비난받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은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이병철 창업 회장에서 2세인 이건희 회장, 3세인 이재용 부회장에서 중단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그가 4세 승계 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향후 제기될 수 있는 삼성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논란을 사전에 차단한 셈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2016년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저보다 훌륭한 사람이 있으면 언제든 경영권을 넘길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지만, 자녀 승계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적은 없다.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는 이날 오전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당초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지난달 10일까지 이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할 것을 권고했고, 이 부회장은 한 차례 연기를 요청한 끝에 오는 11일 시한을 닷새 앞두고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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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은 특히 자녀에게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는 대신 “오로지 회사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다”며 “삼성은 앞으로도 성별과 학벌, 나아가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모셔와야 한다. 그 인재가 주인의식과 사명감을 갖고 치열하게 일하면서 저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어가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내게 부여된 책임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 삼성’의 비전은 인재영입에 있고 이를 위해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 사회의 코로나19 위기 극복 노력과 관련해 “최근 2~3개월에 거친 전례없는 위기 상황에서 저는 진정한 국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절실히 느꼈다. 또 기업인으로서 많은 것을 뒤돌아보게 됐고, 제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며 국격에 걸맞는 삼성을 만들겠다는 약속으로 이날 준비된 발언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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