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그들은 왜 `스승의 날`이 불편할까

  • 등록 2019-05-15 오후 3:06:13

    수정 2021-05-06 오후 10:25:14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스승의 날`의 유래는 지난 195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청소년적십자(JRC) 단원들이 5월8일 세계 적십자 날을 맞아 병중에 있거나 퇴직한 교사를 찾아 안부를 묻던 것이 출발점이다.

과거 스승의 날에는 제자들이 스승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며 감사함을 전했다. 교실에 풍선을 달고 스승의 은혜를 부르고 선생님을 위해 깜짝 파티를 준비하는 학생도 많았다. 하지만 2016년 9월부터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이러한 풍경은 사라졌다. 교사도 청탁금지법 적용을 받아 제자나 학부모에게 어떤 선물도 받을 수 없어서다. 카네이션도 학생대표만 전달할 수 있다. 종이로 만든 꽃은 되지만 생화를 드리는 것은 금지된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감사의 표시로 드리는 꽃이 어떻게 뇌물이 될 수 있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사들도 사제 간의 정으로 주고받던 카네이션조차 디테일을 따져야 한다는 점에서 모멸감을 느낀다.

그러다보니 스승의 날을 없애자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예전에는 스승의 날이 교사로서 보람을 느끼는 날이었지만 지금은 행여 구설수에 오를까 눈치를 봐야 하는 날이 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스승의 날에 교장 재량으로 휴업하는 학교가 지난해 737개교, 올해는 694개교로 집계됐다. 이날 하루 교문을 닫고 문제될 소지를 아예 차단하자는 의도다.

전국중등교사노조가 지난 14일 교육부 장관에게 제안한 건의사항에서는 교사들의 위축된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이들은 2020학년도 수능부터 시험감독관에게 앉을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시험감독관으로 참여하는 상당수 교사들이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긴장된 상태로 서 있어야 하는 고충을 토로한 셈이다. 교권 추락과 김영란법 논란 등으로 위축된 교사들이 눈치를 보며 제안한 `소확행`으로 풀이된다. 교육당국은 퀴즈대회를 열어 `김영란법이 금지하는 스승의 날 선물이 무엇인가`를 묻기보다 교사들의 사기 진작방안을 찾는 게 더 시급해 보인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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