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한국 법조계의 역사 '법률가들'

  • 등록 2018-11-28 오후 5:18:32

    수정 2018-11-28 오후 5:18:32

[이데일리 정시내 기자] 우리나라 최고의 엘리트 집단으로 알려진 법조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력과 유착해 재판 거래를 하는 등 박근혜 정권의 양승태 코트에서 벌어진 사법농단 사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국민들의 사법 불신은 극에 달했고, 현 대법원장이 화염병 테러를 당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일어났다.

법조계의 비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전반적인 청렴도는 조금씩 올라갔지만 여전히 형태를 바꾸며 문제를 꾸준히 일으켰고 결국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사태로 이어졌다.

최근 출간된 책 ‘법률가들’에서는 법조계의 근본적 문제를 알기 위해서는 그 뿌리를 찾아봐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사회를 쥐고 흔드는 법조계 엘리트의 뿌리를 파헤친 ‘법률가들’에서는 대한민국 형성 초창기에 일제에 의해 판검사로 임용된 사람들의 근본을 파헤치며, 혼란스러운 해방공간에서 제대로 된 임용 시험도 거치지 않고 판검사가 되어 우리나라 법조계 권력의 중심에 선 ‘이법회’의 충격적인 사실을 밝혔다.

법조 엘리트의 뿌리가 얼마나 약하고 얕은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일제 강점기에 서기 겸 통역생으로 일했던 경력만으로 판검사가 되어 자신의 취약한 신분을 감추고 극복하고자 한국전쟁 전후부터 ‘프락치’ 사건을 날조왜곡하고 빨갱이 사냥에 혈안이 되었던 몇몇 판검사들 역시 대한민국 법조계 권력에 중요한 위치에 올라섰다고 이야기한다.

1945년 사법시험 도중 일제의 항복 방송이 울리자 일본인 감독관들은 시험장을 이탈했고, 이후 응시자들은 ‘이법회’를 구성해 응시 자격만으로 법률가 자격을 획득했다. ‘법률가들’은 이렇게 정당성 없이 법조인이 된 사람들도, 개인의 선택으로 전혀 다른 삶을 살기도 한다는 것을 생생히 보여준다. ‘전두환의 대법원장’이었던 유태흥은 공식적으로는 2회 변호사시험 출신이지만, 실제로는 이법회 출신으로 필기시험을 면제받고 면접만으로 변호사자격을 취득했다. 그는 전두환의 곁에서 권력을 추구하며 한 시대를 사법부의 암흑기로 만들었다. 이법회 출신으로 2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또 다른 법률가 홍남순은 5·18 광주에서 시민군의 편에 서서 무기징역을 받고, ‘광주의 큰 어른’으로 존경을 한몸에 받는 삶을 살았다.

이런 법조계의 역사는 결코 과거만의 일이 아니다. 1997년 10월 대통령선거를 2개월 앞둔 시점에 벌어진, 이회창 이수성 조순 세 후보의 선대의 과거 행적에 대한 논란에서 볼 수 있듯, ‘법률가들’이 추적하는 법조계의 뿌리는 지금까지 영향을 미친다. 총리를 지냈던 이회창의 아버지 이홍규는 서기 겸 통역생 출신으로 해방 후에 판사에 임용되었다 천수를 누렸고, 전 서울시장 조순은 1923년부터 시행된 고등시험 사법과 출신으로 평양에서 판사를 하기도 했던 ‘호걸풍의 쾌남’ 조평재의 조카이며, 이수성의 부친인 이충영 역시 일제시대에 판사를, 해방 후에는 변호사로 활동하며 각종 ‘프락치’ 사건의 변호를 맡기도 했던 인물이다.

검사 출신 김두식 교수(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가 오랜 자료조사와 연구 끝에 집필한 ‘법률가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탄생’은 당시 법조계의 풍경을 이해하는 것은 오늘날 사법부의 구조와 현상 등을 상당 부분 설명해주는 길이 될 뿐 아니라, 친일문제를 비롯해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과거사를 고스란히 이어받고 있는 우리 사회 전반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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