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의 비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전반적인 청렴도는 조금씩 올라갔지만 여전히 형태를 바꾸며 문제를 꾸준히 일으켰고 결국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사태로 이어졌다.
최근 출간된 책 ‘법률가들’에서는 법조계의 근본적 문제를 알기 위해서는 그 뿌리를 찾아봐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사회를 쥐고 흔드는 법조계 엘리트의 뿌리를 파헤친 ‘법률가들’에서는 대한민국 형성 초창기에 일제에 의해 판검사로 임용된 사람들의 근본을 파헤치며, 혼란스러운 해방공간에서 제대로 된 임용 시험도 거치지 않고 판검사가 되어 우리나라 법조계 권력의 중심에 선 ‘이법회’의 충격적인 사실을 밝혔다.
1945년 사법시험 도중 일제의 항복 방송이 울리자 일본인 감독관들은 시험장을 이탈했고, 이후 응시자들은 ‘이법회’를 구성해 응시 자격만으로 법률가 자격을 획득했다. ‘법률가들’은 이렇게 정당성 없이 법조인이 된 사람들도, 개인의 선택으로 전혀 다른 삶을 살기도 한다는 것을 생생히 보여준다. ‘전두환의 대법원장’이었던 유태흥은 공식적으로는 2회 변호사시험 출신이지만, 실제로는 이법회 출신으로 필기시험을 면제받고 면접만으로 변호사자격을 취득했다. 그는 전두환의 곁에서 권력을 추구하며 한 시대를 사법부의 암흑기로 만들었다. 이법회 출신으로 2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또 다른 법률가 홍남순은 5·18 광주에서 시민군의 편에 서서 무기징역을 받고, ‘광주의 큰 어른’으로 존경을 한몸에 받는 삶을 살았다.
검사 출신 김두식 교수(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가 오랜 자료조사와 연구 끝에 집필한 ‘법률가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탄생’은 당시 법조계의 풍경을 이해하는 것은 오늘날 사법부의 구조와 현상 등을 상당 부분 설명해주는 길이 될 뿐 아니라, 친일문제를 비롯해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과거사를 고스란히 이어받고 있는 우리 사회 전반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