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저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국내 은행들이 3분기(7∼9월) 속속 괜찮은 성적표를 내놓고 있다. 순이자마진을 최대한 지키면서 대출자산을 늘려 이자이익을 확보한 덕이다. 비용을 통제하고 리스크 관리를 통해 건전성도 개선해 전반적으로는 선방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저성장 저금리 기조가 굳어지고 있는 데다 당장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옥죄고 있어 이같은 실적호조가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특히 국내 은행의 총자산수익률(ROA)은 여전히 해외 주요 은행의 절반수준에도 못미쳐 국내 은행들은 자산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신한금융지주는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2조162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2% 늘었다고 20일 밝혔다. 3분기까지 순이익이 2조원을 넘어선 것은 2012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이 중에서 신한은행이 낸 당기순이익이 1조5117억원으로 전년대비 20.7% 늘었다.
이처럼 국내 은행들이 저금리에도 실적호조를 이룬 것은 순이자마진 하락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의 순이자마진은 1.49%로 전분기에 비해 0.01%포인트 하락하는데 그쳤고 KB국민은행은 1.58%로 전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 6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인하하면서 3분기 예대마진 하락이 불가피했지만 저원가성 예금을 늘리고 우량신용대출을 확대하는 등 포트폴리오를 바꿨다.
마진이 줄어든 부분은 대출을 늘려 채웠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의 원화대출은 전년 말 대비 각각 6%, 5.4% 증가했고 이자부문 수익도 3분기에만 전년동기대비 7%, 4.8% 늘었다. 대손비용도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소폭 늘거나 감소했고 판관비도 줄면서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불확실성과 조선, 해운업종을 비롯한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우려가 높은 가운데 국내 은행들이 3분기에 그럭저럭 장사를 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산이 늘어난 것에 비해 수익은 여전히 낮다는 점은 고질적인 문제다. 보유 자산으로 어느 정도 수익을 냈는지를 나타내주는 ROA는 3분기 기준 신한은행이 0.66%, KB국민은행이 0.52%로 여전히 해외 주요 은행에 비해 낮다. 작년 기준 미국 상업은행의 ROA는 1.45%였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실장은 “현재는 순이자마진이 역사상 가장 낮은 시기”라며 “현재 은행업종이 마땅한 수익원을 발굴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비용측면의 효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