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계리 핵실험장 폐기..美에 성의 촉구하는 北

北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예정대로 진행..비핵화 의지 드러내며 美 압박
北최선희, 비판 메시지 내놓으며 회담 기선 제압 총력
트럼프 “내주 회담 개최 여부 알 수 있다” 폼페이오 “김정은에 달렸다” 맞불
  • 등록 2018-05-24 오후 8:38:22

    수정 2018-05-24 오후 8:38:22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남측 공동취재단이 23일 정부 수송기편으로 북한 강원도 원산 갈마비행장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북한이 24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진행하면서 비핵화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냈다. 내달 12일로 예고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북한이 잡음을 연출하고 있지만 북한이 뚜렷한 비핵화 의지를 보이면서 미국에 확실한 보상을 압박하는 효과도 낳았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비핵화 프로세스 시동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는 북한으로서는 ‘미래의 핵’을 포기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더이상 핵실험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북한이 핵개발 완성을 천명한 후 처음으로 비핵화 프로세스를 진행한다는 상징적 메시지도 갖는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핵능력 고도화 단계에서 필요한 시설이라는 점에서 핵실험장 폐기는 ‘미래의 핵’을 차단할 수 있는 조치다.

이번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조치는 미국에게 보내는 확실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미국 행정부 내에 강경파들이 북한에 보내고 있는 의구심을 일정 부분 제거함과 동시에 이에 상응하는 보상을 마련할 것을 촉구할 수 있다. 북한은 과거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를 계기로 미국이 테러지원국 해제 절차를 밟은 것을 기억하고 있다. 냉각탑 폭파보다 핵실험장 폐기가 더 높은 수준의 비핵화 조치라는 점에서 미국의 보상안에도 시선이 쏠린다.

앞서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대해 “평화를 위해 상대방에게 상응한 행동 조치를 촉구하는 선제조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북·미 정상회담 논의가 시끄러운 가운데 이와 무관하게 비핵화 조치를 진행하면서 미국을 압박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국제 사회에 북한이 뚜렷한 비핵화 프로세스를 밟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북·미 정상회담 논의가 지지부진한 이유를 미국에 미룰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북한과 미국은 내달 열리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담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풍계리 핵실험장이 예정대로 폐기되면서 북·미 정상회담 논의도 빠르게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조지프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미라 리카르델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포함한 미국 고위급 대표단이 주말 싱가포르에서 북한과 접촉해 회담 의제 및 장소, 형식, 인력 및 물자 이동 등 세부 내용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담 北에 달렸다”vs“대화 구걸 않는다” 여전한 입씨름

여전히 미국과 북한은 서로에 대한 공세를 펼치면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이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북한의 새로운 타겟으로 떠올랐고 미국은 “개최 여부는 김정은에 달렸다”면서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6·12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무엇이 되든, 우리는 싱가포르(회담)에 관해 다음 주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회담 재고려’ 카드에 ‘취소 또는 연기’ 가능성을 내비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비핵화 일괄타결을 골자로 한 트럼프 모델 수용을 촉구하며 시한의 말미를 준 셈이다. 이런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그 결정은 결국 김 위원장에 달렸다”고 말했다. 다음주 내에 김 위원장의 ‘확답’을 촉구하는 뉘앙스로 읽힌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김정은)가 회담을 요청했다. 회담이 열리기를 매우 희망하고 있다”고도 했다.

북한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앞세워 또다시 북·미 정상회담의 ‘재고려’ 가능성을 내비쳤다. 최 부상은 자신 명의의 담화를 통해 “미국이 우리를 회담장에서 만나겠는지 아니면 핵 대 핵의 대결장에서 만나겠는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과 처신 여하에 달려 있다”며 “우리는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으며 미국이 우리와 마주앉지 않겠다면 구태여 붙잡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 부상의 담화는 ‘미국’을 조준했다기 보다는 펜스 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 부상은 펜스 부통령을 콕 집어 자극적으로 힐난하면서 지속적으로 미국 내 ‘매파’를 향해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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