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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비핵화 프로세스 시동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는 북한으로서는 ‘미래의 핵’을 포기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더이상 핵실험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북한이 핵개발 완성을 천명한 후 처음으로 비핵화 프로세스를 진행한다는 상징적 메시지도 갖는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핵능력 고도화 단계에서 필요한 시설이라는 점에서 핵실험장 폐기는 ‘미래의 핵’을 차단할 수 있는 조치다.
이번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조치는 미국에게 보내는 확실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미국 행정부 내에 강경파들이 북한에 보내고 있는 의구심을 일정 부분 제거함과 동시에 이에 상응하는 보상을 마련할 것을 촉구할 수 있다. 북한은 과거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를 계기로 미국이 테러지원국 해제 절차를 밟은 것을 기억하고 있다. 냉각탑 폭파보다 핵실험장 폐기가 더 높은 수준의 비핵화 조치라는 점에서 미국의 보상안에도 시선이 쏠린다.
현재 북한과 미국은 내달 열리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담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풍계리 핵실험장이 예정대로 폐기되면서 북·미 정상회담 논의도 빠르게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조지프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미라 리카르델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포함한 미국 고위급 대표단이 주말 싱가포르에서 북한과 접촉해 회담 의제 및 장소, 형식, 인력 및 물자 이동 등 세부 내용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담 北에 달렸다”vs“대화 구걸 않는다” 여전한 입씨름
여전히 미국과 북한은 서로에 대한 공세를 펼치면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이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북한의 새로운 타겟으로 떠올랐고 미국은 “개최 여부는 김정은에 달렸다”면서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섰다.
북한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앞세워 또다시 북·미 정상회담의 ‘재고려’ 가능성을 내비쳤다. 최 부상은 자신 명의의 담화를 통해 “미국이 우리를 회담장에서 만나겠는지 아니면 핵 대 핵의 대결장에서 만나겠는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과 처신 여하에 달려 있다”며 “우리는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으며 미국이 우리와 마주앉지 않겠다면 구태여 붙잡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 부상의 담화는 ‘미국’을 조준했다기 보다는 펜스 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 부상은 펜스 부통령을 콕 집어 자극적으로 힐난하면서 지속적으로 미국 내 ‘매파’를 향해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