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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파행 불똥, 추경안으로…李총리 시정연설 무산
이날 오후 2시 이 총리의 추경안 시정연설을 위한 본회의는 결국 무산됐다. 여야 원내대표가 앞서 조찬회동,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 정례회동, 오찬회동을 잇달아 가졌지만 개헌안 등 쟁점들에 입장차만 확인한 채 돌아선 까닭이다.
여야는 4월 임시회 의사일정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해, 추경안 시정연설은 기약 없이 미뤄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국민들께서 총리의 시정연설을 주목해주길 바라는 마음에 회의 시간을 늦췄지만 유감스러운 상황이 됐다”고 에둘러 국회를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6.13 지방선거 이후 편성해서는 추경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만큼, 4월 임시국회에서 국회에서 의결되고 정부가 신속히 집행할 수 있도록 국회의 대승적 결단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가 정상화되더라도 추경안 처리 과정은 험로가 예상된다. 당장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야당의 반대가 거세다. 정부의 추경 편성 시기와 내용 모두 잘못됐다는 게 두 야당의 입장이다.
내용상으로도 국가재정법상 추경 편성 요건인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침체·대량실업 등 대내외 여건의 중대 변화 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국민세금으로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건 허구이며 환상”라며 “소득주도 아닌 세금주도 성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용위기지역 6곳, 모두 보수야당 지역구… 추가 ‘주고받기’로 딜 가능성
두 당이 반대하고 있지만, 추경안 처리 가능성이 국회 제출 전보다는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개된 ‘일자리추경안’에 고용위기지역 6곳 지정 및 지원책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국지엠(GM)의 공장 폐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군산과 조선업 위기 여파를 맞은 거제와 통영시, 고성군, 창원 진해구 등 6곳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했다. 전체 추경 3조9000억원 중 2조9000억원은 청년일자리 대책에 쏟지만, 나머지 1조원은 이들 지역의 구조조정·업종 대책에 투입된다.
현재 6개 지역의 의원들이 모두 한국당, 바른미래당 소속이라는 점도 정부여당이 내심 기대를 거는 대목이다. 선거를 앞두고 더욱 지역민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의원들이 당의 공식적 추경안 반대 입장과는 달리 내부에서 필요성을 설파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군산 지역의 김관영 의원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지역의 긴급한 경제위기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있지만, 별도 추경을 편성할 게 아니라 본예산의 예비비로 하면 된다”며 “일자리 예산과 묶어 끼워팔기해서 반대하기 어렵게 만들어 통과시키려는 건 옳지 않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서 기어코 반대해도 평화당과 정의당이 찬성한다면 추경안 통과는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 121석에 ‘평화와 정의’ 20석 그리고 평화당과 뜻을 함께 하는 바른미래당 비례대표 3석, 무소속(이용호·손금주) 2석, 민중당 1석 등 총 147석으로 전체 293석 중 과반을 확보하게 된다.
그러나 국가세금을 다루는 주요사안인 만큼, 정부여당에서도 끝까지 야당을 설득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야당 한 관계자는 “주고받기가 더 이뤄져야 한다. 야당에서 원하는 무엇을 더 내주면서 딜을 해야지, 지금으로선 안 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정부여당의 시간표인 남북정상회담일인 27일 전에 추경안 처리를 마무리짓기 위한 물밑협상이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