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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차량 가격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을 거치며 오르고 있다. 현대자동차(005380)의 지난해 승용 모델 평균 가격은 4759만원으로 전년 대비 13.8% 올랐다. 기아(000270)의 지난해 레저용차량(RV) 가격도 4130만원으로 전년 대비 13.9% 상승했다. 국내 차량의 대당 평균가격도 4416만원으로 처음으로 4000만원선을 돌파했다.
현대차의 대표적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는 지난해 말 연식 변경을 거치며 차량 가격이 5~7% 올랐다. 기아는 올해 초 대형 SUV 모하비 연식변경 모델 기본 트림에 대해 가격을 기존 모델과 비교해 89만원 오른 4958만원으로 책정했다.
문제는 카플레이션이 올해 하반기까지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코로나 봉쇄 등으로 각종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량 가격 인상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바로 차량용 강판이다. 철강과 완성차업계는 최근 강판 가격을 톤(t)당 15만원가량 인상하기로 잠정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전날 개최된 컨퍼런스콜에서 “철강 가격 인상 압박이 있다”며 “현재 원자재 수급 문제로 인해 재료비 상승이 이어지고 있고 이를 만회하기 위한 가격 상승을 전 권역에서 합리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기車 출고 기간 1년 이상으로 추가 비용 부담
현대차 투싼과 기아 스포티지 등 인기 모델은 길게는 1년 넘게 기다려야 차량을 인도 받을 수 있다. 일부 하이브리드(HEV) 모델은 1년 반을 기다려도 못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카플레이션 현상이 지속한다면 소비자들은 최대 2번의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또 차량 공급자 우위 현상과 차박(차에서 숙박), 캠핑 수요가 증가하면서 일부 완성차업체들은 대당 이익률이 낮은 소형 세단·해치백 생산을 줄이고 수익성이 큰 SUV나 픽업트럭, 프리미엄 차종의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완성차업계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차량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만큼 개별소비세 인하 폭 확대 등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기간 동안 소비 위축을 막기 위해 개소세를 3.5%로 인하하고 있지만 카플레이션의 장기화 우려에 따라 인하 폭을 더 키우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 가격 인상은 원자재 가격 폭등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자동차는 더 이상 사치품이 아닌만큼 개소세 자체를 폐지해 소비자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