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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 전후로 추진이 예상되는 50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도 재정엔 부담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을 예고하는 만큼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文정부 확장재정 기조…‘필요재정’으로 바뀌나
정부는 2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2023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의결하고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립을 위한 재정 혁신 방안으로 △재정 지출 재구조화 △재량지출 10% 절감 △신규 재원 발굴 및 재정 관리 강화 △열린재정 구현을 제시했다.
경기 침체와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해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던 정부는 총지출 예산 규모를 크게 늘려왔다.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총지출 예산은 400조5000억원에서 올해 607조7000억원으로 200조원 이상 늘었다.
내년부터는 재정 정책의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이는 지출 구조조정을 통한 재정 건전성 제고 등을 주장한 윤 당선인측의 기조와도 맞닿았다는 분석이다.
최상대 기재부 예산실장은 “코로나 위기 극복 과정에서 확장적 본예산, 7차례 추경 편성 등 재정이 버팀목 역할을 수행했지만 국가채무와 재정적자가 확대됐고 재정의 대응 여력이 약화된 측면도 사실”이라며 “재정 지출 재구조화를 통해 재정 여력을 확대함으로써 새 정부 국정과제도 차질 없이 뒷받침하는 것이 과제”라고 진단했다.
재량 지출 중에서는 집행이 부진한 사업의 규모를 최대 50% 감축하고 공공부문 경상경비 절감과 보조사업 재검토 등 전반적인 개선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재량 지출의 10%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총지출 중 재량 지출 비중이 절반 정도 되고 여기서 구조조정이 가능한 예산을 따로 추려 10%를 감축할 경우 10조원을 웃도는 금액을 감축할 수 있다는 게 기재부 계산이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여유 재원을 에너지및자원사업특별회계로 전출하는 등 유사기금 통폐합을 추진하고 민자사업 활성화 등을 통해 신규 재원도 발굴할 예정이다.
국회에서 계류 중인 재정준칙의 제도화 등 중기재정 관리도 강화한다. 재정준칙은 국내총생산(GDP)대비 국가채무 비율 60%와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 3%를 기준으로 했다. 재정준칙이 2025년 적용이 목표인 점을 감안해 내년 예산안은 준칙 도입 취지를 최대한 존중해 편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중장기 재정건전성 위한 대책 마련 필수”
재정정책을 정상화한다고 해도 당장 내년도 예산이 줄어들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동안 경기 침체에 대응해 급격히 늘려온 예산을 감축 전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재정 정상화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올해 2차 추경 편성은 부담이다. 윤 당선인은 50조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해 손실보상 등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50조원 규모 추경 추진을 공식화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추경에 공감하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만나 추경 협상에 즉시 착수하자고 제안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경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인수위 측은 전날 윤 당선인과 문재인 대통령 회담에서 추경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밝히며 실무 협상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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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50조원에 달할 추경 재원을 조달하려면 상당 부분 국채 발행도 불가피할 수 있다는 게 인수위와 민주당 측 예상이다. 새 정부 출발부터 대규모 국가채무 추가를 떠안고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인 성명재 한국재정학회장은 “우리 재정건전성이 해외 선진국보다 양호하다고 하지만 고령화 등을 감안할 때 지금도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공약 이행 과정에서 추가 지출이 있을 순 있겠지만 새 정부 체제에서는 재정 정책 정상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수”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