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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최근 중국 CATL의 LFP 배터리를 채용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LFP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 등 비교적 고가의 금속을 사용하는 3원계 배터리와 달리 철을 양극재로 사용해 원가가 낮고 폭발 위험이 적어 안정적이다. 하지만 3원계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아 효율성이 떨어지고 철을 사용하는만큼 무거운 게 단점이다. 그간 중국 업체들 위주로 LFP 배터리가 사용됐었지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큰 손’인 테슬라의 채용으로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CATL은 이번 LFP 배터리의 테슬라 공급과 관련해 새로 개발한 ‘셀 투 팩’(Cell to pack) 기술로 에너지 밀도를 최대한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셀(전지), 모듈, 배터리팩 등으로 구성된 단계에서 모듈을 없애거나 최소화해 셀에서 배터리팩으로 직행하는 새로운 패키징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LFP의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기술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가격과 안정성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중국 배터리 업계의 전략”이라며 “안정성을 우선 내세우겠지만 결국은 가격을 더 낮춰 시장 점유를 키우겠다는 속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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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터리 업계는 중국과 달리 3원계 중심의 차세대 배터리 기술개발이 한창이다. LG화학은 최근 미국 완성차업체 GM을 통해 차세대 배터리팩 ‘울티움’ 개발 소식을 알렸다. 현재 테슬라의 최고급 모델 ‘모델3’가 최대 627km를 달릴 수 있는데, LG화학의 얼티움을 탑재한 GM의 전기차는 최대 643km를 주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울티움은 배터리 양극재 내 니켈 함유량을 90%까지 확대하고 코발트 함유량을 10% 미만으로 낮춘 초고밀도 배터리다. 여기에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알루미늄도 추가해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배터리로 불린다. LG화학은 내년부터 NCMA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주행거리 높은 전기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CATL의 LFP와는 기술적으로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의 CATL LFP 배터리 채용은 결국 가격 싸움으로 끌고 가겠다는 중국 업체들의 전략적인 판단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LFP 배터리는 3원계보다 가격이 10~20% 가량 저렴하다. CATL의 패키징 기술개발 등 새로운 움직임도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저렴한 가격으로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내 업체들은 니켈 비중을 대폭 올려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는 효율성 확대에 매진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국내 업계는 거대 시장인 중국의 가격 공세를 우려하면서도 기술적 격차가 큰 만큼 차세대 시장에선 우위를 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테슬라도 중국이란 거대 시장을 의식해 일부 모델에 CATL LFP 배터리를 채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차세대 전기차 시장은 주행성능을 대폭 올릴 수 있는 배터리, 즉 효율성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는만큼 국내 업체들의 우위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