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북·미 양측이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의 핵탄두 폐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라는 큰 틀에서 공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북한이 핵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비핵화 대상은 핵탄두 및 핵물질과 운반수단으로 이를 얼마나 갖고 있는지 우선 정확히 알아야 비핵화 달성 여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CVID)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북·미 양측은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 폐기와 국외 반출 등의 초기 조치를 우선 이행하는 방향으로 비핵화 로드맵을 완성하는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관련 합의 도출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북미정상회담 의제 논의를 위해 판문점에서 북한과 실무회담을 마친 미측 협상팀 차량이 30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를 건너 서울 쪽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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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북한이 얼마만큼의 핵탄두와 핵물질을 갖고 있는지 정확한 데이터가 없다. 추정치만 존재하며 그 수치도 편차가 크다. 미국의 과학자협회는 올해 초 북한의 핵탄두 보유량을 10~20개로 추정하고 있는 반면, 미국 북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현재 북한이 13~3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한바 있다. 미국의 38노스에선 20~25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군 당국은 최신 국방백서인 2016년 본에서 북한은 핵물질인 플루토늄(PU)을 50여kg 가량 보유한 것으로 추정했다. 핵무기 1개당 4~6kg의 플루토늄이 필요다는 점을 감안하면 10개 안팎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특히 국방백서는 또 다른 핵무기 연료인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이 상당한 수준으로 진전되고 있다고 평가한바 있다. 8년 전 미국의 해커 박사가 방북했을 때 확인한 원심분리기만 2000여 기에 달했는데, 연간 최대 40kg의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다. 지난 10년간 이를 꾸준히 가동했다면 고농축 우라늄 400kg 생산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우라늄 25kg으로 핵탄두 1개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16개 정도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만약 북한이 핵 소형화 기술까지 확보했다면 핵탄두 보유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장은 최근 연구보고서에서 “다수의 외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수소폭탄 성공 이전에 이미 탄두중량 700kg 정도인 노동미사일에 탑재할 정도로 소형화한 것으로 평가한 바 있다”면서 “제6차 핵실험 후 북한 스스로 ICBM에 장착할 수 있는 수소폭탄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으며 우리 국방부도 500kg 이하로 소형화한 것으로 평가한바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더해 북한은 2020년까지 최소 20기에서 최대 100기까지 핵탄두화 할 수 있는 핵물질을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CVID를 위해선 사찰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게다가 북한은 핵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남한을 사정권으로 하는 스커드와 노동 뿐 아니라 미 본토를 직접 겨냥한 ICBM급 화성-15형 등 다양하다. 미국이 주장하는 완전한 비핵화(CVID)는 이미 개발한 핵무기를 비롯한 핵물질과 ICBM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핵물질의 생산 및 농축을 위한 시설, 핵무기의 제조·저장시설, 연구시설 등의 폐기를 포함한다.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 범위를 북한이 어느 수준까지 수용할지가 양측 협상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