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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어려워진 소상공인 판매점들을 ‘자율규제’라는 이름으로 옥죄는 유통분야 규제기관이 추가로 설립돼 논란이다.
현재 △판매점 영업에 필수인 ‘사전 승낙’ 권한과 ‘신분증 스캐너’ 관리, ‘단통법 위반’ 조사를 하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와 △판매점의 ‘고객 정보보호’ 관련 자율 점검을 하는 개인정보보호협회(OPA)가 있는데, 최근 (사)방송통신이용자보호협회가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단체로 설립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방통위 소속이었던 OPA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이관 이후 산하 협회가 생기는 걸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생업의 어려움이 가중된 소상공인 판매점들은 자율규제로 포장된 ‘옥상옥’ 규제기관이 추가됐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KAIT와 OPA도 해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금도 중복인데…(사)방송통신이용자보호협회 추가
그런데 이용자보호협회가 제출한 사업 내용은 KAIT 및 OPA와 업무가 겹친다. KAIT는 판매점 사전 승낙 제도를 운영하면서 신분증 스캐너 관리 실태 점검을 통해 판매점들의 신분증 관리 실태를 조사하고, OPA는 판매점의 고객정보보호 여부를 현장조사하는 데, 모두 이용자보호 업무이기 때문이다.
판매점 관계자는 “지금도 KAIT 조사와 OPA 조사가 비슷해 헷갈리는데 또 다른 이용자보호협회가 만들어진다니 말이 되는가”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방통위 관계자는 “협회를 설립하겠다는데 뭐라고 할 수 없는 게 아닌가. 당장 예산지원은 없지만 필요 시 함께 할 사업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용자보호협회 관계자는 “사무실도 구하지 못한 상황이다. 기존 협회들과 중복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지만, 판매점들은 방통위를 등에 업은 협회의 갑질이라는 입장이다.
여기에 △이용자보호협회가 이용자본인인증시스템과 인터넷주소(URL)차단시스템 사업을 하게 되면 열악한 판매점들은 비용이 추가로 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통신 이용자보호 필요하지만…협회 중복 사업부터 정리해야
판매점들도 통신이용자 보호를 위해 협회 역할이 필요하다는 건 인정하고 있다. 특히 요즘처럼 스마트폰으로 가상자산(암호화폐)투자까지 하는 상황에선, 이동통신 판매점에서 신분증이 도용당했다면 금전적인 피해가 훨씬 커진다. 신분증을 도용당해 통신사 유심을 개통했다면 수백·수천만 원의 암호화폐 인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판매점들도 신분증 스캐너 현장점검이나 개인정보보호 교육이 선의로 출발했다는 점은 인정하는 것이다. 다만, 여러 협회들이 난립하면서 자율규제라는 이름의 중복 규제가 이뤄지는 걸 걱정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골목상권을 죽이는 게 아니라 소위 불법을 일삼는 성지를 규제해야 하는데 이들 협회에 돈을 대는 통신사들은 일반유통 정책은 축소하고 특수유통 등 소수 특정채널에 차별정책을 지원해 단통법 위반을 부추긴다. 중복 규제가 해결되도록 방통위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방통위가 KAIT와 OPA, 이용자보호협회간 업무 중복(중복 규제)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적다. KAIT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OPA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이용자보호협회는 방통위 산하이기 때문이다. 부처 간 업무중복, 관할권 확대 전쟁이 ‘민간 자율규제’ 영역에까지 확대돼 중소 상공인들만 손해를 본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