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여의도 정치공세에 골머리 겪는 포털들

정치권 반복되는 공세…서비스 개편 압박 반복
표현의 자유 위축 넘어 글로벌 확장 방해 우려
  • 등록 2020-04-20 오후 4:45:39

    수정 2020-04-20 오후 4:45:39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광장이 모인 사람들의 구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광장을 없애자고는 안 합니다. 그런데 포털은 늘 그런 공격에 시달리는 상황입니다.”

과거 포털 근무 경험이 있는 한 IT업계 종사자는 정치권의 반복되는 포털에 대한 공세에 대해 이 같이 비유했다. 그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은 자신들에게 불리하면 포털을 공격하는 행태를 반복해왔다”고 비판했다.

1990년대 후반 설립된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은 2000년대 들어 뉴스 콘텐츠 제공자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기존 방송과 종이신문 위주였던 뉴스 시장은 포털을 중심으로 인터넷으로 이동한 것이다. 최근 조사에선 독자 80%가 포털에서 뉴스를 접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포털의 여론 독점 비판과 별개로 다수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는 점에선 획기적 변화였다.

하지만 우리 정치권 일부는 이 ‘논의의 장’을 오히려 눈엣가시로 여겨왔다. 자신들과 다른 견해가 드러나는 논의의 장을 제공한 포털에 비판의 화살을 돌려온 것이다. 결국 이 같은 비판에 포털은 지속적으로 뉴스 서비스 개편에 나섰고, 논의의 장은 면적은 점점 줄어들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와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지난해 10월 2일 오후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실검 논란’ 관련 증인으로 불려 나갔다. (사진=이데일리)
한동안 정치권 관심에서 멀어졌던 포털이 다시 정치공방의 한복판으로 불려오게 된 계기는 지난해 여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실시간 검색어 전쟁’이었다. 조 전 장관 찬반 세력이 양대 포털에서 ‘응원’과 ‘사퇴촉구’ 내용이 특정 문구를 실검 상위권에 띄우기를 시도하며, 검색 순위 상단에 조 전 장관 관련 문구가 한동안 상위권을 반복한 것이다.

특정 정치세력의 온라인 캠페인 성격이 강했지만, 정치권은 이에 대해서도 포털에 비난의 화살을 날렸다. 미래통합당 원내지도부는 지난해 9월 직접 네이버 본사를 항의방문해 ‘실검 폐지’를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동행했던 한 의원은 ‘실검 조작 금지법’을 추진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네이버를 ‘친문재인’으로 규정하거나, 극우 네티즌 일부에서 제기하는 ‘차이나게이트’ 의혹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비단 이 같은 문제는 특정 정치세력만의 문제는 아니다. 여당 역시 그동안 네이버의 뉴스 댓글에 보수적 의견이 많다는 이유를 들어 네이버에 대한 의심적인 눈초리를 보여왔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한 의원은 한성숙 대표에게 “네이버와 일베의 합성어인 ‘네일베’라는 단어를 들어봤느냐”고 묻기도 했다.

정치권의 계속된 공세에 뉴스 서비스를 개편을 지속적으로 해온 포털은 결국 ‘정치적 오해’를 피하는 방식으로 실검도 개편 혹은 폐지했다. 구글이나 야후재팬 등 해외 다수 인터넷기업들이 실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국내 업체들은 결국 정치권발 압력을 피하지 못했다. 네이버는 대대적 개편을 단행했고 카카오는 잠정 중단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이용자들의 편익은 후순위로 밀렸다.

이 같은 정치권발 압력에 따른 서비스 개편은 단순히 표현의 자유 위축에 국한되지 않는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난해 각각 매출 6조원과 3조원을 넘는 IT대기업이다. 이미 인공지능(AI)·로봇·모빌리티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이들 기업에 대한 정치권의 ‘색깔 씌우기’가 자칫 이들 기업의 앞날에 방해가 될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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