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조합원 분양 제한 '날벼락'…"집값 당분간 약세"

"매물 늘었지만 매수자 아예 없어" 중개업소 현장점검 피해 '휴업 중'
사업시행인가 받은 일부 재건축 단지 투기 수요 기승 '풍선효과' 우려도
  • 등록 2017-06-19 오후 5:16:43

    수정 2017-06-19 오후 7:26:58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19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문이 굳게 닫혀있다. 정부가 최근 강남권 일대 공인중개사무소에서 대한 일제 단속에 나서면서 휴업 중인 중개사무소가 적지 않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기덕 원다연 기자] “이제 다급해진 건 집주인이죠. 재건축 단지 2가구 이상을 보유한 합원들이 집을 내 놓기 시작하면 앞으로 시세 추가 하락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최근 일주일 새 매물이 10여건 이상 늘었지만 매수자는 아예 찾을 수 없습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S공인 관계자)

“지난주부터 정부 부동산 시장 합동점검이 들이 닥쳐 급한 중도금·잔금만 겨우 처리하고 신규 거래는 일주일째 영업을 중단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집값이 잡힐 때 까지는 실거래가 신고 위반 등 현장점검을 지속적으로 벌인다고 하니 당분간 밤에만 영업을 할 생각입니다.”(서울 송파구 잠실동 B공인 관계자)


정부의 ‘6·19 부동산 대책’의 칼날이 재건축 단지를 정조준하자 서울 강남권 일대 주택시장이 바짝 얼어붙고 있다. 이달 초보다 3000만~4000만원 떨어진 매도 호가(집주인이 팔려고 부르는 가격)에 재건축 단지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매수세가 실종되면서 거래 역시 뚝 끊긴 상태다. 더욱이 내년 ‘세금 폭탄’이 될 수 있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부활할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재건축 조합원이 분양받을 수 있는 아파트가 1가구로 제한되면서 재건축 단지 시세가 당분간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다만 새 제도가 시행되는 올 하반기 이전까지 풍선효과가 나타나며 기존 사업시행인가를 획득한 일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투기수요가 더욱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단 지켜보자”… 거래 ‘뚝’

19일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두고 숨죽였던 강남 재건축 시장이 이날 정부 대책이 나오자 더욱 한산해진 모습이다. 이달 초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집값이 마구 치솟고 거래도 활발하던 것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강남 일대 일부 부동산 중개업소는 지난주부터 시작된 정부의 합동단속 영향으로 영업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특히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보다는 강도가 약하지만 재건축 조합원의 분양 가구 수가 1가구로 제한돼 재건축 아파트 몇 가구를 한꺼번에 구입해 차익을 얻으려는 투기 수요는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강남구 개포동 T공인 관계자는 “규제 전후로 집주인들의 매물이 꾸준히 나오면서 개포주공1단지 시세가 최근 2주 동안 2000만~3000만원 가량 하락했다”고 말했다. 실제 개포주공1단지 전용면적 50㎡형은 이달 초 13억원에서 보름이 지난 현재 12억 7000만~12억 8000만원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정부의 합동단속을 앞두고 지난주부터 공인중개업소 영업을 잠정 중단하고 있는 강동구 둔촌동 H공인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조합원 지위 양도를 금지하는 방안까지도 예상을 하고 있었지만 규제가 생각보다는 약해 안심하는 분위기다. 다만 수요자들이 재산권 행사를 하는 데 있어 정부 점검반이 일일이 들여다 보는 것을 매우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거래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강동구 둔촌주공1단지는 전용 58㎡형 기준 이달 현재 호가가 9억 3000만원으로 이달 초보다 3000만원 가량 내렸다.

강남 재건축 최대어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형도 15억1000만~2000만원으로 이달 들어 보름 만에 호가가 2000만원 가량 하락했다. 잠실동 L공인 관계자는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본인뿐만 아니라 자녀들 상속용으로 2~3가구씩 구매하신 분도 있는데 이분들의 경우 꼼짝없이 조합원 주택 공급 수 제한 규제 영향을 받게 됐다”며 “올 하반기로 예정된 규제 적용 시점 이전에 사업시행인가를 받는 게 유일한 대안인데 아직 갈 길이 멀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당장 호가가 떨어지지 않았지만 결국 2주택 이상을 보유한 이들의 경우 주택을 매도하거나 현금청산을 고려할 수밖에 없어 시세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편법 거래 사례 늘 수도”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재건축 조합원이 전용 60㎡ 이하 소형아파트를 분양받는 경우에는 보유 주택의 평가 가격과 주거 면적 등의 범위 내에서 예외적으로 2주택까지 분양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주택 보유자들이 한쪽 가구의 분양 면적을 조정해 ‘1+1 방식’으로 분양받는 편법이 성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2가구 이상을 분양받길 원하는 재건축 조합원은 기존 주거전용면적이 150㎡인 재건축 주택을 소유한 경우 ‘59㎡+91㎡’ 이하 주택 2채를 분양받을 수 있다. 기존 ‘84㎡ + 84㎡’ 2가구를 소유한 조합원의 경우 ‘59㎡ + 109㎡’ 방식으로 2주택 분양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재건축 아파트 여러 채를 보유한 경우 자녀 세대 분리 등을 통해 분양받는 가구 수를 최대한 늘리는 편법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재건축 규제 방안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이달 중 발의되면 이르면 오는 9~10월 중 시행될 예정이다. 해당 방안은 개정안 시행 이후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는 조합부터 적용된다. 이미 사업승인을 신청한 단지는 조합원 분양 가구 수가 제한되지 않고 종전처럼 3가구를 분양받을 수 있어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재건축 시장 규제로 당장 투기 수요는 사라질 수 있지만 보통 재건축 수요의 10% 이하만 2가구 이상을 분양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책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관리처분계획(일반분양계획) 인가를 앞둔 단지의 경우 희소성이 부각돼 이들 단지는 몸값이 더욱 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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