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26일 검찰에 재판거래 및 판사사찰 의혹과 관련된 410개의 주요 문서파일에 대해 비실명화한 일부 파일을 제외하고 모두 원본으로 제공했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이 요구한 양 전 원장 등 주요 연루자의 하드디스크에 대해선 “의혹과 관련이 없거나 공무상 비밀이 있는 파일 등이 담겨있다”며 임의제출을 거부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자용)은 지난 19일 법원에 양 전 원장과 임종헌(59) 전 행정처 차장, 행정처 간부·심의관 등이 사용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함께 이들의 법인카드 사용내역과 관용차 운행 일지, 이메일 등의 임의제출을 요구했다. 임 전 차장 등 연루자들의 하드디스크에는 재판거래 의혹 등과 관련해 수만 건의 관련 문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비공개 브리핑을 자청해 “진실 규명을 위해 요청드린 자료들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법원이 오늘 준 자료 이외에 (다른 것은)제출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은 하드디스크 등 증거 능력이 있는 핵심 증거물을 반드시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주요 연루자들의 하드디스크는 고의적으로 훼손돼 사실상 복구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날 법원행정처로부터 양 전 원장과 박병대(61) 전 행정처장의 하드디스크가 이른바 ‘디가우징’ 방식으로 삭제됐다는 답변을 받았다. 디가우징은 자기장을 이용해 하드디스크의 데이터를 물리적으로 삭제하는 기술이다.
검찰 관계자는 “양 전 원장 하드디스크가 디가우징된 지난해 10월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됐고 사법부의 2차 조사도 곧 착수될 시점이었다”며 “삭제된 경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양 전 원장 등 하드디스크는 이번 수사의 핵심 증거물이라고 보고 실물 제출을 요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법원의 선별적 제출에 대해 향후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착수까지 시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에 다시 임의제출을 요구하거나 강제수사를 할 거냐’는 질문에 “수사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적절한 방식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김명수(59·사법연수원 15기) 대법원장은 지난 15일 담화문에서 “검찰이 수사하면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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