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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한 달을 갓 넘긴 박영선 장관이 15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열린 북콘서트 ‘박장대소’에서 중기부 직원들에게 던진 화두다. 박 장관은 지난달 초 취임하자마자 중기부 직원들에게 독서토론을 제시했다. 책을 통해 직원들이 철학을 갖고 현 시점에 맞는 정책적 틀을 확장하자는 의도에서다. 첫 번째 책은 홍선국 작가가 쓴 ‘수축사회’다.
이날 정부대전청사 3동에서 열린 북콘서트엔 중기부 직원 150여명이 참석해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첫 번째 독서토론이었던데다, 박 장관이 그간 공식석상에서 수축사회에 대해 자주 언급해 왔던터라 관심이 높았다는 후문이다. 박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마친 후 즉시 대전으로 내려와 북콘서트에 참석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이날 북콘서트는 홍선국 작가의 강연과 중기부 직원들의 질의응답 등으로 진행됐다.
박 장관은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책 속에 길이 있는 것 같다”며 “독서토론을 통해 아무리 바빠도 책 속에서 지혜를 찾길 바라는 마음에서 북콘서트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축사회란 책은 내가 올해 들어 읽은 책 중 가장 선명한 기억을 남긴 책”이라며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팽창시대를 살아갔던 과거를 돌이켜보는 동시에 이제 새로운 시대인 수축사회를 맞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수축사회를 쓴 홍선국 작가도 새로운 시대를 맞은 중기부에게 ‘협업’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수축사회에 있어 중기부가 가야할 방향’에 대한 박 장관의 질문에 홍 작가는 “공무원들의 업무는 여러 부처에 얽혀 있는데, 아직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협업의 중심 역할을 각각의 분야에서 중기부 직원들이 잘 한다면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3만불이라고 하는데 실제 소득은 집값, 교육비 등을 제외하면 2만불 수준이라고 생각된다”며 “쓰지 않아도 될 소비인 1만불 정도를 줄여주는 쪽으로 정책을 추진하게 되면 궁극적으로 혜택이 소상공인들에게로 넘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박 장관은 “기초소비를 줄여준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이라면서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측면은 있지만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 장관이 첫 북콘서트 대상으로 수축사회를 내세운 것은 중기부가 전반적인 시대의 흐름을 보고 이에 맞는 정책의 틀을 구축해야한다는 취지다. 중소기업청에서 중기부로 승격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정부에서 중기부가 가진 위상은 여전히 미미하다. 아직도 타 부처 공무원들 사이에선 ‘중기부는 세련되지 못하다’는 언급이 나오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부처이지만 정부 전반에 깔려있는 중소기업 정책 조율의 ‘키’도 아직은 확실히 잡지 못한 상태다. 박 장관은 현재 변화를 겪고 있는 중기부가 앞으로 큰 시각으로 정책을 발굴·운용할 수 있는 관점의 확장을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열린 북콘서트 2부엔 박 장관과 중기부 직원간의 소통의 장이 열렸다. 중기부 직원들의 질문 중 내부 공감을 많이 받은 질문을 박 장관에게 물어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과장이 된다면 어떤 과를 맡고 싶은가’, ‘세종청사 이전문제 어떻게 되는가’ 등 소소하면서도 중요한 문제들이 박 장관에게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박 장관은 특유의 위트있는 화법으로 직원들과 허심탄회하게 응답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박 장관은 적어도 두 달에 한 번꼴로 이 같은 북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다음 북콘서트는 오는 7월 중순께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다음 책은 이정동 교수가 쓴 ‘축적의 길’이다. 세 번째 책은 중기부 직원들이 직접 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