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수축사회 속 중기부 역할은”… 조직에 던진 박영선의 '메시지'

첫 북콘서트 ‘박장대소’ 열어, 직원 150여명 참석해 열기
‘수축사회’ 홍선국 작가 초청해 강연, 직원들과 소통의 장도
박 장관 “1800년대부터 히트상품 보면 미래 예견할 수 있어”
  • 등록 2019-05-15 오후 2:46:06

    수정 2019-05-15 오후 8:29:11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5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열린 북콘서트 ‘박장대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대전=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중소벤처기업부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부처이자 4차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주역입니다. 그간 팽창사회에 익숙해 있었던 한국의 경제정책이 현 수축사회엔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요. 이런 시대에서 중기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할까요.”

취임 한 달을 갓 넘긴 박영선 장관이 15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열린 북콘서트 ‘박장대소’에서 중기부 직원들에게 던진 화두다. 박 장관은 지난달 초 취임하자마자 중기부 직원들에게 독서토론을 제시했다. 책을 통해 직원들이 철학을 갖고 현 시점에 맞는 정책적 틀을 확장하자는 의도에서다. 첫 번째 책은 홍선국 작가가 쓴 ‘수축사회’다.

이날 정부대전청사 3동에서 열린 북콘서트엔 중기부 직원 150여명이 참석해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첫 번째 독서토론이었던데다, 박 장관이 그간 공식석상에서 수축사회에 대해 자주 언급해 왔던터라 관심이 높았다는 후문이다. 박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마친 후 즉시 대전으로 내려와 북콘서트에 참석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이날 북콘서트는 홍선국 작가의 강연과 중기부 직원들의 질의응답 등으로 진행됐다.

박 장관은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책 속에 길이 있는 것 같다”며 “독서토론을 통해 아무리 바빠도 책 속에서 지혜를 찾길 바라는 마음에서 북콘서트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축사회란 책은 내가 올해 들어 읽은 책 중 가장 선명한 기억을 남긴 책”이라며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팽창시대를 살아갔던 과거를 돌이켜보는 동시에 이제 새로운 시대인 수축사회를 맞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중기부가 이런 수축사회에서 해야 할 일을 강조했다. 박 장관은 “수축사회엔 우리 중기부도 어떤 정책적 변화를 줘야하고, 무엇을 해야하는지, 어떤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며 “중기부가 현 시점에서 집중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는 ‘제2벤처붐’ 확산, 소상공인 문제들인데,과거와 다른 시각으로 지원 틀을 바꾸면 살 길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축사회를 쓴 홍선국 작가도 새로운 시대를 맞은 중기부에게 ‘협업’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수축사회에 있어 중기부가 가야할 방향’에 대한 박 장관의 질문에 홍 작가는 “공무원들의 업무는 여러 부처에 얽혀 있는데, 아직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협업의 중심 역할을 각각의 분야에서 중기부 직원들이 잘 한다면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3만불이라고 하는데 실제 소득은 집값, 교육비 등을 제외하면 2만불 수준이라고 생각된다”며 “쓰지 않아도 될 소비인 1만불 정도를 줄여주는 쪽으로 정책을 추진하게 되면 궁극적으로 혜택이 소상공인들에게로 넘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박 장관은 “기초소비를 줄여준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이라면서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측면은 있지만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 장관이 첫 북콘서트 대상으로 수축사회를 내세운 것은 중기부가 전반적인 시대의 흐름을 보고 이에 맞는 정책의 틀을 구축해야한다는 취지다. 중소기업청에서 중기부로 승격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정부에서 중기부가 가진 위상은 여전히 미미하다. 아직도 타 부처 공무원들 사이에선 ‘중기부는 세련되지 못하다’는 언급이 나오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부처이지만 정부 전반에 깔려있는 중소기업 정책 조율의 ‘키’도 아직은 확실히 잡지 못한 상태다. 박 장관은 현재 변화를 겪고 있는 중기부가 앞으로 큰 시각으로 정책을 발굴·운용할 수 있는 관점의 확장을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 장관은 이날 북콘서트에서 “1800년대부터 시대의 히트상품들을 보면 미래를 볼 수 있는데, 홍 작가가 언급했듯 현 시점은 스마트폰에 모든 비즈니스가 스며드는 단계”라며 “최근 문재인 정부의 산업정책은 시스템반도체, 바이오, 미래차 등의 분야로 정리되는데 특히 시스템반도체 관련 팹리스 양성은 우리 중기부의 과제”라고 밝혔다. 더불어 “스티브 잡스가 ‘인문학과 IT가 만나면 새로운 것이 창출된다’고 얘기했는데 인문계와 이공계가 적당히 조화를 이루는 중기부가 잘 만하면 굉장한 에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중기부가 그렇게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열린 북콘서트 2부엔 박 장관과 중기부 직원간의 소통의 장이 열렸다. 중기부 직원들의 질문 중 내부 공감을 많이 받은 질문을 박 장관에게 물어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과장이 된다면 어떤 과를 맡고 싶은가’, ‘세종청사 이전문제 어떻게 되는가’ 등 소소하면서도 중요한 문제들이 박 장관에게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박 장관은 특유의 위트있는 화법으로 직원들과 허심탄회하게 응답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박 장관은 적어도 두 달에 한 번꼴로 이 같은 북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다음 북콘서트는 오는 7월 중순께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다음 책은 이정동 교수가 쓴 ‘축적의 길’이다. 세 번째 책은 중기부 직원들이 직접 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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