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원세훈 '댓글사건' 19일 선고…조직적 선거개입 인정하나

원세훈 기소 58개월만에 재판 마무리여부 관심
<15년7월> '핵심 파일' 증거능력 부정하며 파기환송
파기환송심, 추가제출 증거로 조직적 선거개입 인정
'파일 작성' 前국정원 직원, 본인 재판서 위증 자백
  • 등록 2018-04-16 오후 4:52:37

    수정 2018-04-16 오후 11:04:30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이명박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정치공작과 관련된 원세훈(67)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오는 19일 나온다. 원 전 원장 기소 58개월, 대법원이 핵심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지 33개월 만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오는 19일 오후 2시 정치공작 관련해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에 대한 재상고심 선고를 진행한다. 함께 기소된 이종명(61) 전 3차장과 민병주(59) 전 심리전단장에 대해서도 함께 선고가 내려진다.

이번 선고에선 원 전 원장의 국정원 정치공작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두 번째 판단이 나온다. 관심은 파기환송심이 새로운 증거로 인정한 국정원 차원의 조직적 대선개입을 대법원이 받아들일지 여부이다.

앞서 대법원은 2015년 7월 국정원의 조직적 선거 개입을 입증할 핵심 증거였던 ‘425지논.txt’·‘ssecurity.txt’(이하 시큐리티) 파일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전원합의체에서 만장일치로 2심 판결을 파기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들 두 파일에는 국정원이 정치공작을 위해 하루 한 차례 직원들에게 하달한 ‘주요 이슈와 대응 논지’가 기록돼 있다. 구체적으로 심리전단 안보사업5팀 직원들은 당번을 정해 425지논 파일에 상부에서 하달된 ‘이슈와 논지’를 저장했다.

또 트위터를 이용한 정치공작 실적을 기록하기 위해 공작에 사용한 트위터 계정과 비밀번호, 외부 공작 실적 등을 시큐리티 파일에 담았다. 검찰은 2013년 이 파일들을 안보사업5팀 소속이었던 김모씨의 네이버 메일 계정에서 확보해 원 전 원장 재판에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문제는 김씨의 법정 진술이었다. 검찰 조사에서 문서 작성 사실을 인정했던 김씨는 원 전 원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선 “이들 파일을 작성한 사실이 기억나지 않고, 이슈와 논지는 메일이 아닌 구두로 전달받았다”고 위증을 했다.

검찰 진술조서 등 법정에 제출되는 문서들은 피고인 측이 증거 사용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진술자나 작성자가 법정에 나와 내용이 맞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절차인 진정성립이 이뤄져야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당시 대법원은 결국 선거법 위반의 기초가 되는 이들 파일들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정치·선거개입 혐의에 대한 별도 판단 없이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였던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대웅)는 지난해 8월 이들 두 파일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국정원 차원의 조직적인 정치·선거 개입을 유죄로 판단하고 원 전 원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는 지난해 5월 정권교체 전후로 검찰이 추가로 확보한 국정원 관련 문건들이 결정적이었다.

검찰은 국정원이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이 패한 후 작성한 ‘SNS 장악 문건’을 확보해 재판부에 제출했다. 또 과거 국정원으로부터 받아 재판부에 제출했던 원 전 원장의 전 부서장 ‘말씀 자료’ 중 비닉(秘匿) 처리된 부분에 포함된 선거 개입 발언도 추가로 확보해 증거로 냈다.

아울러 트위터 계정들이 정치공작에 조직적으로 사용됐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다른 간접증거도 제출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추가로 제출된 이들 증거 다수를 조직적 정치·선거 개입의 근거로 판단했다.

원세훈, 집행유예→징역3년→파기환송→징역4년→?

앞서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는 검찰 안팎의 외압 속에서 원 전 원장을 2013년 6월 불구속기소했다. 재판에선 425지논·시큐리티 파일의 증거 능력 여부로 판결이 널뛰기를 거듭했다. 1심 재판부였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범균)는 2014년 9월 이들 파일에 대한 증거 능력이 인정하지 않고 원 전 원장에 대해 선거법을 무죄로 판단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였던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김상환)는 2015년 2월 이들 파일들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국정원 차원의 조직적 선거개입이 인정된다며 원 전 원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종명(왼쪽)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대법원이 2015년 7월 전원합의체에서 만장일치로 이들 파일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며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은 서울고법 형사7부에 배당돼 결론까지 2년여의 시간이 소요됐다. 당초 재판장이던 김시철 부장판사는 지난해 2월 타 재판부로 인사가 나기 전까지 거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원 전 원장에게 보석을 허가해준 것을 시작으로 검찰로부터 ‘편향된 재판 진행를 한다’는 거센 반발을 샀다.

그는 국정원 댓글 공작에 대해 ‘손자병법’을 인용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탄력적 용병술’이라고 언급해 검사가 법정을 박차고 나가는 사태를 초래하기도 했다. 김시철 부장판사는 2016년 말 당시 검찰과 변호인 측의 심리 종결 요구에 응하지 않고 법관 정기인사를 통해 지난해 2월 재판부를 떠났다.

정권교체로 국정원 내부 문서 공개…선거개입·사법방해 드러나

지난해 2월 김대웅 부장판사가 새로운 재판장으로 왔다. 심리가 이어지던 와중이던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 당선으로 정권이 교체됐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국정원 내부 문건들을 검찰이 확보하기 시작했다.

재판부는 이들 증거들에 근거해 “국가기관이 이처럼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로 정치관여나 선거운동을 한 경우가 없다. 정보기관의 선거불개입을 신뢰했던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며 원 전 원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재차 법정구속했다.

이밖에도 425지논·시큐리티 파일 작성자였던 국정원 전직 직원 김씨는 지난 13일 자신의 위증죄 재판에서 이들 파일 작성 사실을 인정하고 위증 혐의를 모두 자백했다. 아울러 국정원이 직원들에게 위증을 지시하는 등 원 전 원장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것도 드러나 관련자들도 재판을 받고 있다.,

한편, 원 전 원장은 이와 별도로 불법적으로 민간인 댓글부대를 만들어 국고에 수십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와 MBC 방송탄압 등의 혐의로 추가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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