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취재할 우리측 취재단 8명이 23일 오후 12시 30분 정부 수송기를 통해 원산으로 향했다. 북한은 이날 오전 판문점 연락채널 개시 통화에서 우리측 취재단 명단 통보를 접수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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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공동취재단·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 취재에 우리측 취재단이 막판 합류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리측 취재단을 고리로 북미 간 중재역할을 압박했던 북한은 23일에서야 우리측 취재단 명단을 접수했다.
우리측 취재단은 이날 오후 12시 30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원산행으로 직항하는 정부 수송기를 통해 북한으로 이동했다. 북한은 이날 오전 9시 판문점 연락채널 개시 통화에서 우리측이 통보한 취재단 명단을 접수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의 명단 접수가) 개시통화 직후에 바로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북한이 갑자기 접수한 배경에 대해서 특별한 언급은 없었지만 늦게나마 명단을 접수한 것에 대해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당초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공식화한 이후 우리측 취재단으로 통신사 1곳, 방송사 1곳 각 4명씩 모두 8명의 기자단을 초청했다. 그러나 지난 16일 맥스선더 연합훈련을 빌미로 당일 예정돼 있던 남북 고위급회담을 돌연 취소한 이후 대남 비난 수위를 높여오더니 18일에는 우리측이 통보한 취재단 명단을 접수하지 않았다.
북한은 외신 취재단의 방북이 예정된 22일 당일까지도 우리측 취재단에만 방북 비자를 발급하지 않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예고했던 당일에 와서야 우리측 취재단을 합류시킨 것이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체제안전 보장과 경제지원 등이 거론되자 비핵화 의지와 미래핵 폐기를 보여줄 수 있는 풍계리 취재를 허용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미군사훈련에 대한 충분한 문제제기가 이뤄진 측면도 감안한 듯 하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맥스선더 훈련이나 최고존엄 비방 문제 등은 북한으로서는 짚고 가지 않을 수는 없었던 문제였을 것”이라며 “우리측 취재단의 방북을 상정해놓고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편 원산에서 풍계리 핵실험장까지는 이동에만 20시간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함경북도 길주군 시내에서 약 42km 가량 떨어진 만탑산 계곡에 위치하고 있다. 취재단은 우선 원산역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의 시작점인 재덕역까지 416km 거리를 전용열차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열차 속도가 시속 35km 안팎에 불과해 열차 이동에만도 12시간 가량이 소요될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4·27 정상회담에서 “우리 교통이 불비하다(제대로 갖춰져있지 않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후 취재단이 재덕역에서 풍계리핵실험장까지 21km 거리의 산간지역 비포장도로를 차량과 도보로 이동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핵실험장 폐기는 현장에서 생중계 되지 않으며 취재단이 다시 원산에 마련된 프레스센터로 돌아와 이를 타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