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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된 지난 4월부터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가 둔화하고 거래도 꽁꽁 얼어붙은 빙하기에 접어들었지만 경매시장에서만큼은 서울 아파트가 여전히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 ‘역대 최고’… 응찰자도 ↑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법원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03.6%로 전월(103.3%) 대비 소폭 상승했다. 이는 2001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 기록이다. 평균 응찰자 수도 4월 물건당 6.4명에서 5월 7.7명으로 증가했다.
서울 아파트 경매물건에 대한 관심은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 한정되지 않았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은 물론이고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에서도 경매법원에 나오는 족족 새 주인을 만났다. 지난 한 달간 서울 아파트 총 83건이 경매물건으로 나와 56건이 낙찰됐다. 낙찰률(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건수 비율)이 67.5%로 올해 2월 71.9%, 2002년 2월 71.3% 다음으로 높은 역대 3번째 수치다.
서울 양천구 목동 벽산아파트 전용 127㎡(10층)는 지난달 2일 낙찰가율 136%에 새 주인을 만났다. 23명의 응찰자가 경쟁한 끝에 감정가 6억 7000만원보다 무려 2억 4000만원 이상 비싼 9억 1201만 5000원에 낙찰됐다.
감정가 자체가 10억원을 넘는 고가아파트들의 낙찰가율도 100%를 훌쩍 넘었다. 감정가 11억 6000만원에 나온 용산구 한남동 한남힐스테이트 전용 151.1㎡는 결국 15억 578만원(낙찰가율 130%)에 낙찰됐다. 강남구 역삼동 래미안그레이튼 전용 121.5㎡도 감정가 15억 6000만원보다 2억원 이상 비싼 17억 7678만원(낙찰가율 114%)에 새 주인을 만났다.
시세보다 낮은 감정가…매물 찾으러 경매법원 기웃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본격화하면서 서울 강남권 집값이 지난 4월부터 하락 전환했지만 경매시장 호조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기존 주택시장이 위축됐는데도 경매시장이 활황인 것은 가격 메리트와 풍선효과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매법정에 나오기 최소 6~7개월 전에 감정평가를 받기 때문에 지난달 낙찰된 물건들은 대체로 작년 3~4분기 기준으로 감정가가 책정됐다.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서울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에 감정가 이상으로 입찰금액을 써내도 시세보다 저렴한 물건이 적지 않다. 앞서 도봉구 창동 주공18단지 전용 45.6㎡를 2억 5595만원에 낙찰받은 사례도 감정가보다 21% 웃돈을 주고도 최근 시세의 하한가에 구입한 케이스다.
실수요자들은 경매시장에서라도 매물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평균 응찰자 수가 늘어난 배경이기도 하다. 경매시장에도 물건이 많지는 않지만 시세보다 저렴한 매물을 구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인 셈이다.
다만 경매물건이 늘고 집값이 계속 약세를 보인다면 경매시장도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억 단위 ‘부담금 폭탄’ 이슈로 매기가 뚝 끊긴 강남 재건축 아파트부터 외면받을 수도 있다. 4일 경매 진행된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의 경우 시세 대비 저렴한 15억 5000만원에 신건으로 나왔지만 응찰자가 2명밖에 되지 않았고 낙찰가도 시세보다 낮은 16억 8000만원에 그쳤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최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약세이지만 아직까지는 시세보다 감정가가 낮아 경매시장의 열기는 최소 1~2개월 정도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4일 잠실주공5단지 낙찰 사례에서 보듯이 최근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관심은 줄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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