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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특사단 파견이 북한의 위장평화 공세에 이용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이는 기우였다. 김 위원장은 북한 지도자 중 처음으로 판문점 우리 측 지역인 평화의집에서 정상회담에 합의하는 한편, 모라토리엄(북핵·미사일 도발 중단)으로 해석될 수 있는 ‘전략도발 재개 중단’도 분명히 했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백두혈통 김여정 이어 北정상도 방남
이번 대북특사단 파견의 목적은 남북정상회담 성사와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여건 조성이었다. 특사단은 이 미션을 모두 성공시켰다. 2000년 6.15 정상회담, 2007년 10.4 정상회담에 이어 11년간 단절됐던 남북정상간 만남이 단번에 성공했다.
지난달 10일 평창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방남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로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하면서 평양행 초청장을 보냈다. 이번 특사단은 이를 남한행 티켓으로 바꿔냈다. 앞서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평양을 방문했지만 김일성·김정일 위원장은 남한 땅을 밟지 않았다.
대북 특사단 수석 특사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예상보다 빠른 4월말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 북한 특사와 고위급 회담을 했을 때 북측에서 회담을 조기에 개최하자는 입장을 밝혀왔다”며 “조기 개최 입장에 저희도 원칙적으로 동의해서 양측 편리한 시기를 4월 말로 특정짓고 협의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핵화에 모라토리엄까지..이제 공은 美로
북·미 대화 측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 군사적 긴장 완화는 이번 공동 언론 발표문 항목 6가지 중 4가지에 해당될 정도로 남북 모두 신경 쓴 분야다. 북측은 여기에서 한반도 비핵화 의지, 비핵화 문제에 대한 미국과의 대화 의지, 추가 도발 중단 등을 모두 약속했다. 더불어 북측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용인 의사도 드러냈다. 우리측으로서는 얻어낼 만한 것 이상을 얻은 최상의 결과다.
그간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선행적으로 요구했던 전제 조건을 모두 만족시킬만한 내용이다. 지난 1일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대북 특사단 파견을 공식적으로 동의 받은 데 대한 확실한 응답이다.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다. 북핵 및 미사일 도발을 이유로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 수위를 높여온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강도 높은 선언에 셈법을 고심할 처지가 됐다. 북한과 직접 접촉을 통해 선물 보따리를 챙긴 정의용 실장은 곧 방미해 성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정 실장은 이후 중국과 러시아를, 특사단인 서훈 국정원장은 일본을 방문해 성과를 공유한다.
정 실장은 “미국은 가급적 빠른 시일 내, 이번 주중 갈 예정으로 미국과 우선 대화를 해봐야 좀 더 정확한 말씀을 드릴 수 있겠다”면서도 “미북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조성돼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긍정적 기류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