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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강승준)는 5일 신 회장에 대해 경영비리 혐의 일부와 뇌물공여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뇌물 공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적극적인 요구에 의한 것이라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판단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로 지난 2월 국정농단 1심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돼 8개월 가까이 수감생활을 이어온 신 회장은 이날 석방됐다.
1심과 2심은 뇌물공여와 관련한 사실관계 판단은 대동소이했지만 양형은 실형과 집행유예로 크게 엇갈렸다.
1·2심 모두 신 회장이 2016년 3월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에서 롯데월드타워면세점 특허 재취득과 관련해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점과 이 대가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 지원한 점을 인정하며 뇌물공여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두 판결 모두 박 전 대통령의 요구가 신 회장의 자유의사를 일부 제한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결론은 크게 달랐다.
다만 “대통령 요구를 이유로 70억원이라는 거액의 뇌물을 공여한 신 회장을 선처한다면 어떠한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결과를 확신할 수 없는 경쟁을 통과하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실력을 갖추려 노력하기보단 직접적 효과가 있는 뇌물공여라는 선택을 하고 싶은 유혹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신 회장이 요구를 거절하기 불가능하거나 요구로 인해 신 회장이나 롯데가 의사결정 자유가 없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국가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직접 요구했고 이에 불응할 경우 기업 활동 전반에 걸쳐 직·간접적인 불이익을 받게 될 거란 두려움으로 돈을 지원한 측면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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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재판부는 “최고 정치권력자인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 등을 겁박했고, 이 부회장 등은 정유라 승마 지원이 뇌물인 걸 알면서도 박 전 대통령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채 뇌물공여를 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 부회장에 대한 양형 이유에 대해 “박 전 대통령 승마지원 요구를 쉽사리 거절하거나 무시하기 어려웠다고 보인다”며 “이런 요구에 따라 수동적으로 범행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건의 본질에 대한 1심 판단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적극적 요구로 뇌물공여를 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 부회장 스스로 승계 작업의 도움을 기대하며 거액 뇌물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사건의 본질을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라고 결론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