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 2년 5개월만에 역전…“자본유출 제한적이나 과거 대비 경계감 커져"

美 연속 자이언트 스텝, 한미 금리 2년 5개월 만에 역전
금리 역전기 모두 자본 유입, 이번에도 같을까…상반기 5.8억달러 순유출
한은 "예상보다 美 금리 인상폭 커질 경우 상당폭 유출 가능성"
"한미 금리 역전폭 1%포인트 되면 유출 가능성 커질 수도"
  • 등록 2022-07-28 오후 5:11:14

    수정 2022-07-28 오후 9:19:09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한미 정책금리가 2년 5개월 만에 역전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채권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한미 금리역전 자체만으로는 자본유출 우려가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과거 한미 금리 역전 시기와 달리 중국 경기둔화 우려,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경계감이 더 높아졌다는 평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왼쪽 첫번째)가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미국의 정책금리는 2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2.25~2.5%로 금리 상단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기준금리(2.25%)보다 0.25%포인트 더 높아졌다. 2020년 2월 이후 2년 5개월 만에 첫 역전이다.

이에따라 외국인 자본유출 경계감이 커진 상황이지만, 재정·통화 당국에서는 자본 유출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한미 정책금리 역전으로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도 있지만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면서 “7월 외국인 증권자금이 주식·채권 모두 순유입”라고 말했다.

한미 금리 역전은 과거 세 차례 있었지만, 외국인 자금은 세 번 모두 순유입됐다. 첫 번째 한미 금리 역전기(1999년 6월~2001년 3월)에는 총 169억달러의 증권자금 순유입을 기록했고 2005년 8월~2007년 9월, 2018년 3월~2020년 2월에도 각각 305억달러, 403억달러 순유입을 보였다.

한은은 이날 비상회의에서 내외금리차 역전에 따른 금융시장 영향에 대한 자료를 발표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리차가 외국인 증권 투자자금 흐름에 미치는 영향은 뚜렷하지 않다”고 밝혔다. 채권 시장에서도 단순히 한미 금리역전만으론 외국인 자본 유출을 크게 우려할 단계는 아니란 평가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높은 만큼 원화 국채 등 저가 매수하는 수요도 있고, 기축통화국이 아닌 곳 중에서 우리나라 장기채 시장이 캐나다나 호주보다 크기 때문에 대체 투자처를 찾기도 마땅치 않다”고 설명했다.

(그래프= 김정훈 기자)


문제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고 무역수지 적자가 석 달째 지속되고 있는 데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인 중국 경기마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본유출이 가장 컸던 시기도 2008년 금융위기와 2015~2016년 중국 경기둔화 당시였다. 단순히 과거 한미 금리 역전 당시 자본 유출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자신하긴 어려운 이유다.

한은 역시 “복합적 요인을 감안해 분석한 결과 연준의 금리 인상폭 등 대내외 여건이 예상에 부합 할 경우 올 하반기 중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 소폭 유입될 것”이라면서도 “미 연준의 금리 인상폭이 예상보다 커지고 국제금융시장의 불안도 심화할 경우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 상당폭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의 주식·채권 투자금을 합산할 경우 5억8000만달러 순유출을 보였다. 순유출 흐름이 연말까지 지속되면 2016년 이후 처음 연간 단위 순유출을 기록할 수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미 금리가 1%포인트 역전된다면 수익률이 높은 미국채 시장으로 자본이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금리 역전 자체보다는 역전폭과 펀더멘털이 중요한데 한은을 포함한 당국이 이 같은 위험을 면밀하게 모니터링 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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