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학회 등 55개 국내 경제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2022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학자들은 한목소리로 우리 경제의 미래에 대해 이같이 걱정했다. 특히 11일 기조연설자로 나선 원로 경제학자 김인준 서울대 명예교수는 “경기 연착륙, 양극화 해소를 중점으로 두고 성장 잠재력을 만들어야 할 시기에 국민적 합의 없이 지금과 같은 포퓰리즘 정책과 진영 논리가 난무한다면 우리 경제가 앞으로 빠른 속도로 악화하거나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같은 장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미국 등 각국 중앙은행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나라도 기준금리 인하, 재정지출 확대 등으로 대응했다. 그 결과 2020년 마이너스였던 경제성장세는 작년 4.0%까지 회복하면서 2년 연속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을 기록했다. 그러나 경기부양 효과는 ‘반짝’이었고, 빚 잔치를 누린 부작용은 컸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유지되면서 가계·기업 등 민간과 정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54%까지 급증했다.
급격히 풀린 유동성은 경기 부양보다 오히려 부동산과 자본시장에 몰리면서 부동산 시장과 자본시장 과열을 초래했다. 저물가를 걱정하던 우리나라는 지난해 연간 물가상승률이 10년 만에 최고 상승률인 2.5%를 기록한 데 더해 올해는 이보다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인준 교수는 “주택가격 상승을 현실화하는 첫 단추로 자가주거비를 물가상승 산정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자가주거비가 물가상승에 반영된다면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4%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장용성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막대한 돈이 풀리면서 유동성이 늘어나면서 물가와 경기는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이것이 일자리 증가 즉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계치 넘은 민간·정부 부채에도 ‘재정 중독’ 빠진 정치권
경제 상황이 이러한 데도 여야 대선 후보들이 돈 살포 논쟁에만 빠져 있어 이를 바라보는 경제학자들은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김인준 교수는 “우리 경제가 성장동력을 잃으면서 앞으로 2.5%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도 쉽지 않은 상태인데, 차기 대선 주자들이 지나친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며 “정부의 향후 5개년 재정계획에 선심성 정책이 추가된다면 정부부채 비율은 5년 후 70%를 상회할 가능성이 있는데 현재 정부부채 비율 100%를 초과하고도 경제 충격을 견딜 수 있는 나라는 기축통화국인 미국 정도”라고 설명했다.
염명배 충남대 명예교수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지난 5년간 국가부채 증가액은 404조2000억원, 국가채무비율은 14.1%포인트나 올랐다. 코로나 대응이 불가피했단 점을 감안해도 추가경정예산안 10차례, 총 150조원을 편성한 것은 과도했단 지적이다.
염 교수는 ‘선(先)투자론’과 ‘착한 빚’을 주장하는 여당의 주장에 정면 반박하며 “추경안이 이달 중 국회에서 의결될 경우 사상 초유의 3년 연속 1분기 추경 편성, 1987년 민주화 이후 최다치인 임기 중 총 10번의 추경으로 150조원에 달하는 추경 총액(역대 정부 중 최대 규모) 기록을 세우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재정 중독’, ‘재정만능주의’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인준 교수는 앞으로 5년간의 목표를 부동산 시장 가격의 점진적 하락, 경제성장률 2.5%, 물가상승률 2.5%로 잡아 경제안정과 금융안정을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도하게 돈을 풀어 성장률을 높이기보다 안정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은 금통위원 출신의 함준호 연세대 교수는 “정부는 집행시기와 규모가 확정된 경직성 지출 확대에 따른 구조적 재정적자 고착화 위험을 경계하고 재정준칙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