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극일’ 나선 한화솔루션… 고부가 광학소재 양산 '시동'

여수공장에 1200t 규모 고순도 XDI 설비 완공, 내달 양산
日미쓰이 독점시장, 국내 렌즈업체 등 연간 10t만 공급받아
소재 국산화로 수요 업체들 안정적 원료수급 가능해질 전망
  • 등록 2020-04-01 오후 4:50:25

    수정 2020-04-01 오후 5:16:39

한화솔루션 여수공장 전경. (사진=한화솔루션)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한화솔루션(009830)이 고부가 광학소재사업에 본격 진출하며 소재 ‘극일’(克日)에 나선다. 그간 일본업체에 의존해 왔던 렌즈용 소재인 고순도 자일릴렌 디이소시아네이트(XDI)를 국내 최초로 국산화하고 양산에 돌입한다. 국내 렌즈·접착·코팅 분야 등 수요 업계에도 안정적인 원료 수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최근 여수공장에 연간 생산능력 1200t 규모의 고순도 XDI 설비를 완공하고 시범생산에 들어갔다. 양산 시점은 다음달이다. 한화솔루션은 2018년 8월부터 411억원을 투자해 여수공장에 고순도 XDI 양산설비를 구축해 왔다. 그간 일본 석유화학업체 미쓰이화학이 독점 공급하던 XDI를 한화솔루션이 국내 최초로 국산화한 것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현재 투자 대부분이 완료된 상태로 시범 생산에 돌입한 상태”라며 “기존 범용 석유화학 제품을 고부가화하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XDI는 일반 렌즈에 쓰이는 원료와 달리 황변 현상이 없고 렌즈를 얇게 만드는 데 중요한 굴절률이 높아 고급 렌즈, 디스플레이 소재, 고급 코팅제 등 광학제품에 적용되는 소재다. 한화솔루션은 2017년 2년간의 연구 끝에 고순도 XDI 기술을 독자 개발한 바 있다. 당시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신기술 인증도 받았다.

글로벌 XDI 시장은 연간 5000t의 생산 능력을 갖춘 일본 미쓰이화학이 독점하고 있다. 다른 석유화학제품들에 비해 시장 규모는 크지 않지만 높은 기술력을 요하는 광학제품에 쓰이는 소재인만큼 향후 중요도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 수요 업체들은 일본 미쓰이화학으로부터 연간 10t 규모의 XDI만 극히 제한적으로 공급받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 의존도가 크고 공급도 제한돼 있는만큼 국내 업체들은 XDI를 원료로 한 연구개발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솔루션이 고순도 XDI 양산을 시작하면서 앞으로 국내 수요 업체들의 안정적인 원료 수급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고굴절 렌즈, 난부착용 점·접착제, 고기능코팅제 등 다양한 형태의 개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석유화학사업에서 기존 범용제품을 고부가화하는 전략에 힘을 쏟고 있다. 이번 고순도 XDI 양산도 이의 일환이다. 인도 등에 수출하고 있는 염소화폴리염화비닐(CPVC)은 물론 수첨수지, 친환경 가소제 등도 범용제품을 고부가화한 제품들이다. 여기에 최근엔 플라스틱 폐기물을 열분해한 뒤 석유화학제품의 원재료인 납사(나프타)로 재활용하는 ‘순환경제 시스템’ 구축을 위한 연구개발도 진행 중이다. 플라스틱을 만들 때 지금까지는 전적으로 화석원료에 의존해 왔지만 앞으로는 미생물을 활용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나가기 위한 ‘탄소 중립’ 실현 기술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범용제품 위주로는 저가를 무기로 한 중국의 물량을 이길 수 없는 만큼 국내 석유화학업체들도 지속성장을 위한 고부가 제품 개발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한화솔루션은 기존 제품을 고부가하는 방식으로 석유화학사업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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