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침공 초읽기 우크라이나…원자재·공급망 불안 고조

미 “16일 러시아 침공” 잇단 경고…군사 긴장 최고조
러 "가짜뉴스" 반발…접경국, 난민유입 등 전쟁 대비
한국 등 세계 각국 자국민 여행금지 및 철수 권고
지정학 리스크 부각되며 유가·원자재 등 급등
  • 등록 2022-02-14 오후 6:48:00

    수정 2022-02-14 오후 9:08:51

[이데일리 방성훈 고준혁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 시점인 16일(이하 현지시간)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잇따라 러시아의 침공 현실화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러시아는 미국의 음모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접경 국가들은 이미 난민 유입 채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전쟁 발발시 코로나19 사태에서 벗어나려는 세계 경제 회복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이 줄면 유가·가스 가격이 상승하고 이는 원자재·곡물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해상운임 비용 상승 등 공급망 악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이 13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에서 키예프 보리스필 공항으로 공수된 미국산 FIM-92 스팅어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 박스 등 군사지원 물품을 옮기고 있다. (사진=AFP)
미 “16일 러시아 침공” 잇단 경고…우크라 전운 최고조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3일 CNN방송 인터뷰에서 ‘16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설’에 대해 “베이징 동계올림픽 폐막(20일) 이전 러시아가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단계”라며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침공이 미사일과 폭탄 공격으로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전운이 감도는 현지 상황에 대한 외신들의 보도가 이어졌다. 항공사들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로 향하는 항공편을 취소했고, 우크라이나군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들로부터 새로운 무기를 조달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접경 지역에 배치된 러시아군이 총 13만명으로 기존 10만명에서 3만명이 늘었다는 미 당국자의 전언도 있다.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별 소득이 없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3일에는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올해 들어 3번째 통화를 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국, 파트너들과 함께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추가 공격에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14~15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와 러시아 모스크바를 연달아 방문할 예정인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과 주권을 위태롭게 하는 군사적인 공격은 우리가 신중하게 준비한 강경 대응과 제재를 초래할 것이며 유럽과 나토에 있는 동맹국들과 함께 즉시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정부는 “미국이 침공 날짜까지 적시하면서 거짓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고 반발하며 공격 가능성을 거듭 부인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주변국에선 이미 전쟁 발발 가능성을 대비하기 시작했다.

폴란드는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에 대비해 최대 100만명에 달하는 난민 유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여행금지 및 거주 중인 자국민의 철수를 권고했다. 14일 현재 한국인은 281명이 우크라이나에 체류하고 있다.

(사진=AFP)
지정학 리스크 부각…유가·원자재 등 급등

러시아의 침공 우려가 확산하며 에너지 가격이 급등, 금속, 커피 등 원자재 가격은 물론 해상운임 비용까지 연쇄 상승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11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3.6%오른 93.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던 2014년 10월 이후 7년 3개월여 만에 최고가다. 가뜩이나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세계 3위 산유국인 러시아 원유 수출 차질이 부각된 탓이다. 천연가스 역시 전쟁 발발시 러시아로부터 유럽으로 공급되는 물량이 차단돼 가격 급등이 예상된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금속 제련 및 곡물 재배 비용 등을 높여 전반적인 원자재 가격 급등을 부추길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가격 상승폭이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알루미늄 선물 가격은 이날 t당 3200달러를 돌파해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거래되는 아라비카 원두는 비축량이 2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 반면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2.59달러로 1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특히 밀 선물 가격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지난 주 5.3%에 이어 이날도 1.7% 상승했다. 세계 밀 수출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차지하는 비중은 29%에 달한다.

이미 강세인 해상운임 역시 연료비 상승으로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곡물 수출의 주요 통로인 흑해 물동량 차질 등 공급망 문제도 더욱 심화할 수 있다. 해상운임 추이를 보여주는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7일 역대 최고인 5106.6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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