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과 경기 과천, 세종 등 부동산시장이 국지적 과열 양상을 보이는 지역에 대해서는 다주택자의 양도 차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주택담보대출이나 ‘갭투자’(전세를 끼고 주택 구입한 뒤 이를 되팔아 차익을 내는 것) 등 레버리지(차입 투자)를 활용한 단기 투자 유인을 억제하는 초강수 대책을 빼들었다는 게 시장 중론이다.
다만 강력한 규제에도 신도시 및 택지개발지구 조성 등 구체적인 공급 확대 방안이 없어 내집 마련은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여기에 올 하반기 예정된 금리 인상과 입주 물량 폭탄 등의 악재가 겹치면 내집 마련 수요조차 위축돼 주택시장의 단기 하방 압력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번 대책은 단기 주택 투기수요를 차단하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 지난 2014년 폐지됐던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가 3년 만에 부활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3년 이상 주택 보유시 양도 차익의 10~30% 공제)도 받을 수 없도록 했다.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기승을 부리는 갭투자를 막기 위해 1가구 1주택 비과세 요건에 거주 요건(2년 이상)을 추가하는 특단의 조치도 내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미 국내에는 다주택자들이 임대주택 공급의 80~90%를 담당하고 있어 이들을 통해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내년 4월 시행하는 것은 그 전에 매도하라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지만 오히려 다주택자들이 정권이나 해당 정책이 바뀔 때까지 안 팔고 보유하는 특이한 상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에서 눈에 띄는 점은 오피스텔과 재개발 사업장에 대한 규제다. ‘6·19 부동산 대책’에 포함되지 않아 풍선효과를 톡톡히 보며 과열된 시장까지도 모조리 잡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에서 분양되는 오피스텔은 소유권 이전 등기 때까지 분양권을 팔 수 없게 됐으며,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부터 소유권이전등기 때까지 재개발·도시환경정비사업의 조합원 분양권 전매도 금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재개발은 재건축과는 달리 정비사업 기간이 오래 걸리고 사업 진행이 쉽지 않은데 조금 과하게 규제한 부분이 있다”며 “정비사업 물량에 대한 메리트가 크게 떨어지면서 급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올해와 내년 수도권 입주 물량이 각각 28만6000가구, 31만6000가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5년(2012년~2016년) 평균 수도권 입주 물량이 20만5000가구인 점을 감안하면 주택 공급 여건이 안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서울의 올해와 내년 입주 물량은 각각 7만5000가구, 7만4000가구로 5년 평균(7만2000가구)과 비슷한 수준이다. 곽창석 도시와 공간 대표는 “정부가 내세운 수치를 보면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난 주택 수요를 간과한 부분이 있다”며 “강남 집값이 뛴 데는 투자자들이 아닌 실수요자들이 더 많이 움직였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재건축 단지가 몰린 강남의 경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 주택 공급 수 제한,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등으로 정비사업 일정이 늦어지면서 주택 공급이 더욱 원할하지 않을 수도 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대책이 강남권 재건축 시장을 안정화시키는데 4~5개월 정도의 효과는 있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효과를 볼 수 없을 것”이라며 “공급 대책은 지금 시작해도 8~10년의 시간이 걸리는데 그런 부분을 간과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집값이 상승하는 것은 막지 못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도 “올 하반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매분기 10만 가구가 넘는 대규모 아파트 입주 러시가 시작되는데다 금리 인상도 우려되는 상황에서 전방위적인 수요 억제책이 자칫 주택시장 전반을 냉각시킬 수 있다”며 “특히 집값이 잡히지 않는 서울은 과도한 정비사업 규제로 인한 공급 단절에 따른 중장기적인 수급 불균형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