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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버닝썬 사태가 경찰관과 유흥업소 간 유착 비리로 점차 번지자 경찰이 선 긋기에 나서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준비가 막바지에 다다른 상황에서 이 같은 논란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지 모른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청장은 과거 `범죄와의 전쟁` 사례까지 거론하면서 클럽 및 마약 범죄 논란이 커지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과거 범죄와의 전쟁처럼…마약 범죄, 방치해선 안 되는 심각한 수준”
민갑룡 경찰청장은 25일 서울 통일로 경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며 법률도 만들었고 전화방과 노래방·불법게임 등에 대한 일제 단속을 했었다”며 “최근 버닝썬 클럽에 대해 직접 수사를 확대해 캐 들어가 보니 (마약 및 약물 이용 범죄가)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는 정도로 심각하고 수면 아래서 커지고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때문에 클럽을 통해 이뤄지는 불법 행위에 대해 일제 단속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경찰은 지난 24일 ‘마약류 등 약물 이용 범죄 근절 종합 대책’을 내놨다. 오는 5월까지 진행되는 이 대책을 위해 전국 마약 수사관 1063명을 비롯해 주요 수사 인력이 투입되며 마약류 밀반입·유통, 마약 활용 범죄, 불법촬영물 유포 등으로 이어지는 범죄를 집중 단속한다. 이 대책에는 유착 의혹 경찰관에 대한 특별 감찰도 포함돼 있다.
수사권 조정 앞둔 경찰, 유착 논란 잠재우기 ‘총력’
경찰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언하면서도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대목은 경찰과 유흥업소 간의 유착 문제다.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조정을 골자로 한 권력기관 개혁이 국회만 거치면 마무리되는 상황에서 유착 등 비위 문제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배용주 경찰청 수사국장은 “조사 과정에서 (전직 경찰관 강모씨의) 지시를 받아 돈을 받고 (강남경찰서 측에) 배포를 했다는 진술이 나왔기 때문에 긴급체포를 했던 것”이라며 “제반사항을 조사해서 다시 영장을 청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한된 시간 때문에 증거가 다소 부족했을 뿐 혐의를 입증하기엔 어렵지 않다는 설명이다. 즉, 경찰과 업소 간 유착에 대해서는 확실히 짚고 넘어가겠다는 것이다.
또한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유착 문제가 더 많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오히려 더 철저한 통제를 받게 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해당 수사에 대해 검찰이 검토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면 유착 문제를 걸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민 청장은 “(수사권 조정이 되면) 경찰이 수사를 하고 검찰이 검토를 철저하게 해 걸러내는 역할에 충실하게 되니까 결국 이런 문제가 더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수사 과정부터 제도를 갖추게 되면 국민이 믿고 신뢰할 만한 적정한 사법체계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민의 제보나 자체 감찰을 통해 (경찰 유착과 관련한) 단서가 나오면 바로 수사에 들어갈 것”이라며 “이번 종합 근절 대책이 주요 수사 항목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