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2일엔 우정사업본부가 오전 11시부터 ‘전국’ 우체국에서 마스크를 판매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많은 사람이 주변 우체국으로 몰려들었다. 사실 ‘전국 읍·면 소재’ 우체국에 한정된 내용이었지만, 이를 착각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우체국을 찾으면서 발생한 촌극이었다. 실제 마스크를 판매하는 지방 우체국에는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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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마포우체국 앞에서는 난데없이 벌어진 싸움에 경찰까지 출동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전날 뉴스를 통해 ‘우체국에서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소식을 들은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러 나왔고, 우체국 직원이 ‘해당 지점에선 판매하지 않는다’며 응대하자 이에 흥분한 시민들의 항의가 크게 번진 것이다.
마포우체국에 나온 김모(75)씨는 “시국이 이렇게 혼란스러운데 사소한 것도 잘못하니 사람들이 혼란스러운 것 아니냐”며 “나는 마스크가 없어서 쓴 것도 여러 번 빨아 쓰고 있지만 오늘은 (마스크를) 살 수 있을 것 같아 새로운 마스크를 뜯어 사용했는데, 어디서 구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인근 직장인 박현우(47)씨는 “아내도 아침부터 동네에서 하나로마트, 약국 등을 돌아다니며 마스크를 사고 있다”며 “가족이 6명이라 매일같이 마스크만 사러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마포우체국 앞에서 발길을 돌린 시민은 1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100여명이 넘었다.
서울 강남구 서울무역센터우체국 앞에서 만난 회사원 정모(57)씨는 “분명히 어제 이런 내용(읍·면 지역에서만 판다는 내용)을 못 봤다”며 “회사 시간까지 일부러 빼서 사러 나왔는데 마스크를 안 판다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도곡동에 사는 주부 김모(62)씨 역시 “집 근처에 있는 우체국 중 큰 곳을 찾아왔는데 안 판다고 하니 분통이 터진다”며 “왜 ‘전국’이라는 표현을 써서 사람을 헷갈리게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서대문우체국에서 만난 박웅순(70)씨는 “정부는 마스크 팔 거라고 국민들을 안심시키더니 실제로 나와보면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며 “오늘 아침에 수도권에 안 판다는 말 없이 ‘전국에서 다 판다’고 해서 나왔는데, 이럴 거면 아예 뉴스를 내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소리쳤다. 공복덕(80)씨는 “직장인인 딸의 마스크를 구입하려고 나왔는데 사지 못한다니 난감하다”고 말했다.
난감하기는 우체국 직원들도 마찬가지. 한 우체국 직원은 “분명히 보도는 ‘읍·면 소재 우체국’이라고 나갔는데, 다들 서울 지역도 파는 줄 알고 오시고 있다”며 “솔직히 시민들 마음은 이해하지만 역정을 내시는 분들이 많아 괴롭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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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사기 위해 강원도 정선 남면우체국에 방문한 박모(38)씨는 “이 곳에 살기 시작한지 1년이 넘어가는데 이렇게 사람이 많은 것은 처음 본다”며 “줄을 서며 만난 한 할머니는 서울에 사는 자녀에게 보낼 마스크를 사려고 나왔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정선은 아직 코로나19에 안전한 지역이긴 하지만 언론보도를 통해 계속해서 소식을 접하다보니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약 30분간 기다렸지만 마스크가 완판돼 결국 구매하지 못했다.
인천 강화군에 사는 박모(40)씨 역시 마스크를 사기 위해 나섰으나 허탕을 쳤다. 박씨는 “뒤늦게 우체국에서 마스크를 판다는 소식을 듣고 왔는데, 이미 8시반부터 줄을 선 사람들이 (판매 수량만큼의) 번호표를 받은 뒤여서 마스크를 못 샀다”며 “이 동네가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이 아닌데, 마스크 구하는 것이 심각하긴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경남 거창의 한 우체국에서는 타지 사람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몰리면서 정작 해당 지역 사람들이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등 전국 곳곳에서 ‘마스크 대란’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