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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만 팔아서 장사하는 경쟁사는 처지가 다르다. 전체 매출에서 라면의 비중은 농심이 79%, 삼양식품은 96%다. “원재료 값 상승 압박 탓”에 라면 값을 올렸다는 오뚜기보다 농심과 삼양식품의 부담이 더하는 의미다. 오뚜기는 라면 이외 상품 가격을 상반기에 골고루 올려서 부담을 얼마큼 털어낸 상황이기도 하다.
실적을 보더라도 오뚜기는 이들보다 형편이 나은 편이다. 전년 동기 대비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오뚜기가 12% 줄어 부진했으나 농심(55.4%↓)과 삼양식품(46%↓)은 더 울상이다. 종합식품기업으로서 리스크를 줄인 오뚜기와 라면에만 집중한 회사의 차이다.
그간 라면 값 상승 공식을 거스른 점도 눈에 띈다. 그간 라면 값이 오른 굵직한 시기(2003~2004년, 2007~2008년, 2011~2012년, 2016~2017녀)를 보면 라면업계 1위 농심이 올리고 나머지가 따라갔다. 라면뿐 아니라 식품 업계 불문율과 같은 공식이다. 한국 재계가 `삼성이 하면 한다`는 걸 행동규범처럼 여기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올해도 라면 값 인상은 기정사실로 되다시피 하고 단지 시기의 문제였는데 그간의 `농심 먼저` 공식을 깨뜨리고 오뚜기가 치고 나간 것이다. 관례가 만능은 아니지만 “라면 2등 오뚜기가 스스로 1등을 선언한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물론 기업 의사결정은 재량에 달렸다. 다만 얼마나 합리적인지를 따지는 주체는 이사회와 주주뿐 아니라 시장도 가능하다. 인상 결정을 번복하고 재인상 과정과 재인상을 둘러싼 여러 환경을 비춰보면 시장에서 군말이 따른다.
식품사 관계자는 “가격 조정은 최고 의사결정자의 의지라서 조직 안에서 꺾을 사람은 없다”며 “그렇다면 올해 초에 라면 값 인상 취소는 외부에서 이뤄진 의사결정이라는 의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