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일자리 위협 없다"‥美경제학자 크루거 별세

향년 58세로 타계…경찰이 자택서 발견
유족들 "극단적 선택한 듯…자살 추정"
"최저임금 인상, 반드시 일자리 위협은 아냐" 주장
데이터·경험 기반 실증경제학자…최저임금 글로벌 논쟁 폭발
  • 등록 2019-03-19 오후 5:19:50

    수정 2019-03-19 오후 5:19:50

앨런 크루거(왼쪽) 미국 프리스턴대 교수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노동경제학계의 큰 별이 졌다. 전 세계에 최저임금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앨런 B 크루거 미국 프리스턴대학교 교수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58세다.

유족들은 18일(현지시간) 프리스턴대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크루거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전했다. 프리스턴 경찰은 16일 오전 신고를 받고 크루거의 자택을 확인하다가 그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한 여인의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인 크루거는 노동경제학계의 거장이다. 지난 1993년 “최저임금을 인상해도 일자리가 반드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전 세계적 파장을 일으켰다. 최저임금과 일자리의 상관관계에 대한 논쟁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1960년 9월 태어난 크루거는 회계사 아버지와 초등학교 선생 어머니 사이에서 자랐다. 1987년부터 프린스턴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기 시작했으며, 최근까지 캘리포니아 스탠퍼드대에서 강연했다.

크루거는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두 명의 미국 대통령을 보좌했다. 오바마 전 행정부 출범 초기 2009~2010년에 재무부 차관보로 일했고, 2011~2013년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역임했다. 클린턴 전 행정부 때는 노동부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국은 우수한 경제학자 중 한 명을 잃었다. 또 우리 중 상당수가 소중한 친구를 잃었다”고 애도했다. 이어 “크루거는 삶을 더 낫게 만들기 위해 경제 정책을 고민하는 사람이었다. TV 또는 신문기사에서 차트와 숫자로 묘사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었다. 온화한 미소와 품위 있는 영혼을 가지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앨런 크루거 미국 프리스턴대 교수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으로 일하던 2012년 11월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책 브리핑을 실시하고 있다. 그는 “재정절벽이 해소되지 않고 세금이 인상되면 2013년 미국 소비자들은 2000억달러를 덜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사진=AFP)
크루거는 경제이론보다는 데이터·경험을 토대로 검증에 치중했던 학자다. 연구 분야도 특정 분야로 한정하지 않았다. 경제는 물론 교육, 의료, 노동시장 및 테러 등 광범위하게 다뤘다. 지난 2012년 백악관에서 CEA 위원장으로 일하던 당시 ‘위대한 개츠비 곡선(Big Gatsby curve)’을 개발해 대중화시켰다. 소득 불평등이 클수록 세대 간 계층 이동이 줄어든다는, 즉 부자와 빈자 간 격차가 클수록 부모의 부와 지위가 세습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이론이다.

크루거의 가장 큰 업적은 지난 1993년 데이비드 카드 UC버클리 교수와 발표한 논문이다. 두 교수는 미국 뉴저지주와 펜실베니아주 접경지역의 410개 패스트푸드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토대로 “최저임금 인상이 반드시 일자리를 줄이는 것은 아니다”고 결론지었다.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는 이유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시간당 4.25달러에서 미국 내 최고 수준인 5.05달러로 인상한 뉴저지주 패스트푸드점에서는 고용이 늘었지만 4.25달러를 유지한 펜실베니아주 상점들에서는 신규 채용이 오히려 줄었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고용이 줄고 저임금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전통 경제학 이론을 뒤엎는 결과여서, 글로벌 경제학계는 물론 세계 각국 정책 담당자들 사이에서 최저임금 논쟁이 촉발됐다. 오늘날에도 한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최저임금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최저임금 인상 옹호론의 실증 근거로 제시된다.

크루거와 자주 협업했던 래리 카츠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크루거는 명백하게 지난 30년 동안 중요한 노동 경제학, 경험 경제학 분야에 기여해온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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