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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매출의 90% 이상이 달러 매출이라서, 이번 원·달러 환율 하락에 매출도 해당 비율만큼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반도체 수출 업체 B사 관계자)
국내 중소기업계가 원·달러 하락에 초비상이 걸렸다. 환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환율 1100원 선이 무너지면서 결국 채산성(수익성) 악화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수출 경쟁력이 악화해 결국 수익성 저하로 이어진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8원 내린 달러당 1,09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업계에서는 환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은 대기업의 경우 1000원, 중소기업의 경우 1100원으로 보고 있다. 중소기업은 해외 각지에 생산거점을 구축한 대기업과 달리 국내에서 생산라인을 가동해 수출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환 변동 위험에 더 취약하다.
문제는 앞으로 환율이 지금보다 더 떨어져도 이미 계약된 물량들은 예정대로 수출을 진행하게 돼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전자제품 D사 관계자는 “대부분 매출(제품 수출)과 매입(원재료 수입)이 달러를 기준으로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환율 10% 하락시 약 2% 수준의 손실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도체 장비업체 대표는 “미국이 양적 완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향후 원·달러 환율은 더 떨어질 전망”이라며 “중국과 대만 등 중화권 국가와 거래할 때 달러 대신 위안화로 결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에는 1060원~1070원 선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 환율 안정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한국경제가 코로나 19로 위기에 처했지만 중소기업 수출로 선방하고 있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환율을 모니터링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지원하고, 특히 환율뿐 아니라 유가, 해상운임 등 종합적으로 수출 상황을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