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보장 빼 보험료 '다이어트'…도수치료·마늘주사는 특약으로(상보)

가입자 부담 가볍게
보험금 2년 안 타면 10% 할인
보험사 상품 끼워팔기도 금지
과잉진료·의료쇼핑은 차단
포괄 보장 대신 특약 3종 선택
자기부담률은 20→30% 상향
  • 등록 2016-12-20 오후 8:00:10

    수정 2016-12-20 오후 8:00:10

[이데일리 노희준 박기주 기자] 보험상품에 알레르기가 있는 A씨는 실손보험만은 필요하다는 주변 지인들의 조언에 하나 가입하기로 했다. 그런데 가입하고 나니 왠지 손해 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부 가입자의 도수치료니 마늘주사의 과잉진료로 보험료가 상승한다는 소식을 자주 듣기 때문이다. A씨는 “나는 받아본 적도 없는 이런 치료인데, 누군가 보험금을 빼 간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금융당국이 20일 밝힌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개편안의 핵심은 A씨가 처한 고민처럼 ‘과잉의료 쇼핑’을 해소한다는 것이다. 보험료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도수치료, 마늘주사 등의 과잉진료를 보장하지 않는 기본형 상품을 내놓은 것은 이 같은 맥락이다. 지금까지는 의료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거의 모든 비급여 의료행위를 포괄적으로 보장하는 상품이었기 때문에 일부 도덕적 해이에 따른 과잉의료 쇼핑, 그에 따른 보험료 상승의 피해를 막을 길이 없었다.

실제 지난 2014년 상위 10% 실손보험금 청구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이 전체 실손보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실손보험은 일부 이용자가 과다하게 이용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런 일부 가입자의 과잉 진료로 실손보험 손해율(가입자에게 받은 보험료 대비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 지난해 122.1%를 넘는 등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는 점이다. 손해율이 122%라는 것은 보험료로 100원을 거두면 122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해 22원이 손해가 난다는 의미로 결국 보험사로선 보험료 상승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손보험 어떻게 바뀌나

하지만 앞으로는 기본형 상품의 경우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항목을 제거한 실속형 상품으로 출시되고 도수치료, 마늘주사 등의 비급여 진료는 본인이 선택적으로 보장계약을 맺을 수 있는 특약의 형태로 따로 출시된다. 이 경우 기본형 실손보험은 40세 기준으로 보험료가 1만9429원에서 1만4309원으로 26.4% 내려갈 것으로 금융위는 전망했다. 금융당국은 별도로 선택할 수 있는 특약을 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특약1), 마늘주사, 신델레라주사 등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주사제(특약2), 비급여 MRI검사(특약3)로 총3개로 구성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기존 계약자가 신규 단독 실손보험으로 쉽게 갈아탈 수 있는 절차를 내년 상반기 중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은 “기본형 상품과 특약을 모두 가입하는 경우에도 현재 패키지 실손보험과 보장범위에서 비슷하지만, 보험료는 1만 8102원으로 기존 패키지형보다 6.8%가 싸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특약 가입자의 의료쇼핑을 막기 위해 특약 부분의 자기부담 비율을 현 20%에서 30%로 상향 조정했다. 자기부담 비율이 오르면 받는 실손보험금이 줄어든다. 보장한도 역시 특약1은 연 350만원, 특약2는 250만원, 특약3은 300만원으로 제한하고, 보장횟수도 특약1과 특약2 모두 50회로 제한을 뒀다.

이와 함께 직전 2년간 실손보험을 받지 않으면 다음해 1년간 보험료를 10% 이상 할인해주는 방안도 마련했다. ‘선량한 가입자’에 대한 일종의 인센티브다. 독일에서도 1년간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으면 2~4개월 보험료를 환급해주고 있다. 2018년 4월부터는 실손보험만 따로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실손보험은 판매수당이 낮아 대부분 사망보험 등 다른 특약과 함께 판매되는데, 이 때문에 월 1만~3만원에 불과한 실손보험료가 계약자들에게는 월 10만원 수준으로 인식돼 보험료 부담으로 실손보험을 해지하는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보험업계, 큰 그림 찬성하나 선택권 제약 우려

보헙업계는 개선안의 총론에는 찬성하지만 세부적인 각론에 대해서는 일부 아쉬움을 토로했다. 예컨대 이번 개선방안이 나온 직접적인 원인인 ‘과잉진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비급여 진료비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대응책이 부족하다는얘기다. 실제 비급여 진료의 코드화 등 선제적인 제도 개선이 없다면 언제든 병원 측이 우회적으로 과잉진료를 할 수 있는 유인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급여 보험금 비중이 큰 MRI를 특약으로 분리한 것은 큰 성과일 수 있다”면서도 “단독형만의 판매는 소비자 선택권을 오히려 제한할 수 있어 1년간 단독상품 판매 추이를 고려해 신중한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MRI는 현재 실손보험의 통원한도(30만원)보다 검사비용이 비싸 검사 실비 보장을 받기 위해 불필요한 입원을 조장해 시간 낭비 등 소비자 불편을 초래하는 측면이 있었다. 고객 선택권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하나의 상품으로 실손보험과 다른 질병에 대한 보장을 한꺼번에 하려는 고객들의 수요가 충분한데도, 이번 개선방안으로 이러한 고객의 선택권이 없어졌다는 설명이다.

황기두 한국소비자원 금융보험팀장은 “상품을 단독형으로 판매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지만 이에 따른 보험료 인상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자동차보험처럼 보험사가 수익이 발생하지 않은 때마다 큰 폭으로 보험료를 올릴 수 있는 구조가 되기 때문에 혜택보다 보험료 부담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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