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20일 밝힌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개편안의 핵심은 A씨가 처한 고민처럼 ‘과잉의료 쇼핑’을 해소한다는 것이다. 보험료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도수치료, 마늘주사 등의 과잉진료를 보장하지 않는 기본형 상품을 내놓은 것은 이 같은 맥락이다. 지금까지는 의료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거의 모든 비급여 의료행위를 포괄적으로 보장하는 상품이었기 때문에 일부 도덕적 해이에 따른 과잉의료 쇼핑, 그에 따른 보험료 상승의 피해를 막을 길이 없었다.
실제 지난 2014년 상위 10% 실손보험금 청구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이 전체 실손보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실손보험은 일부 이용자가 과다하게 이용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런 일부 가입자의 과잉 진료로 실손보험 손해율(가입자에게 받은 보험료 대비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 지난해 122.1%를 넘는 등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는 점이다. 손해율이 122%라는 것은 보험료로 100원을 거두면 122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해 22원이 손해가 난다는 의미로 결국 보험사로선 보험료 상승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손보험 어떻게 바뀌나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은 “기본형 상품과 특약을 모두 가입하는 경우에도 현재 패키지 실손보험과 보장범위에서 비슷하지만, 보험료는 1만 8102원으로 기존 패키지형보다 6.8%가 싸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특약 가입자의 의료쇼핑을 막기 위해 특약 부분의 자기부담 비율을 현 20%에서 30%로 상향 조정했다. 자기부담 비율이 오르면 받는 실손보험금이 줄어든다. 보장한도 역시 특약1은 연 350만원, 특약2는 250만원, 특약3은 300만원으로 제한하고, 보장횟수도 특약1과 특약2 모두 50회로 제한을 뒀다.
보험업계, 큰 그림 찬성하나 선택권 제약 우려
보헙업계는 개선안의 총론에는 찬성하지만 세부적인 각론에 대해서는 일부 아쉬움을 토로했다. 예컨대 이번 개선방안이 나온 직접적인 원인인 ‘과잉진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비급여 진료비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대응책이 부족하다는얘기다. 실제 비급여 진료의 코드화 등 선제적인 제도 개선이 없다면 언제든 병원 측이 우회적으로 과잉진료를 할 수 있는 유인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급여 보험금 비중이 큰 MRI를 특약으로 분리한 것은 큰 성과일 수 있다”면서도 “단독형만의 판매는 소비자 선택권을 오히려 제한할 수 있어 1년간 단독상품 판매 추이를 고려해 신중한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MRI는 현재 실손보험의 통원한도(30만원)보다 검사비용이 비싸 검사 실비 보장을 받기 위해 불필요한 입원을 조장해 시간 낭비 등 소비자 불편을 초래하는 측면이 있었다. 고객 선택권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하나의 상품으로 실손보험과 다른 질병에 대한 보장을 한꺼번에 하려는 고객들의 수요가 충분한데도, 이번 개선방안으로 이러한 고객의 선택권이 없어졌다는 설명이다.
황기두 한국소비자원 금융보험팀장은 “상품을 단독형으로 판매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지만 이에 따른 보험료 인상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자동차보험처럼 보험사가 수익이 발생하지 않은 때마다 큰 폭으로 보험료를 올릴 수 있는 구조가 되기 때문에 혜택보다 보험료 부담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