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 만지작, 사드에는 유연...책으로 색깔 드러낸 문재인

  • 등록 2017-01-17 오후 4:12:25

    수정 2017-01-17 오후 4:12:25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이 묻는다-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 출판기념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한대욱 기자)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7일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를 통해 자신의 견해를 드러냈다. 지난 2011년 책 ‘운명’을 통해 대권 행보를 공식화했던 것처럼 이번 저서를 통해 새로운 비전을 내놨다. 한편으로는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향한 견제구도 잊지 않았다.

내각제 ‘만지작’, 사드 문제도 한결 유연

그간 대통령 권한 이양과 관련, 4년 중임제를 한결 같이 주장해오던 문 전 대표는 이번 저서를 통해 내각제에 대해 우호적인 신호를 보냈다. 그는 “만약 우리가 백지상태에서 처음 헌법을 만드는 것이라면 내각제가 개인적으로 더 좋은 제도라고 본다”고 했다.

다만 앞서 해결해야 할 전제 조건을 들면서 내각제에 유보적인 시각을 두고 있는 이유를 전했다. 문 전 대표는 “내각제가 성급하게 도입되면 일본식 내각제가 될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은 사실상 자민당 일당 독재가 이뤄지고 있다.

문 전 대표는 내각제가 성립할 수 있는 조건으로 “정치 지역구도 해소와 재벌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꼽았다. “영남지역에서 30% 야당 지지가 있으면 정직하게 30% 의석을 내는 국민 대표성이나 비례성 반영되는 선거제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문 전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으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재벌개혁에 대해서도 삼성을 집어 “삼성 공화국이라는 말들이 나오는데 이런 부분을 해소하지 못하면 내각제에서 더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 오래도록 논란이 되고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서는 “트럼프의 외교·대북 정책이 어떤 방식이든 우리는 실용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며 “다음 정부로 절차를 미뤄야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실이 많다면 미국과 재논의해 결정을 바꿀 수 있다”며 “중·러가 반대를 철회하면 북한에 대한 강력대응으로서 사드 배치를 그대로 해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기문, 정권 교체 아닌 정권 연장

귀국 이후 대권을 향한 잰걸음에 나서고 있는 반 전 총장에 대해서는 명확한 비판 의사를 드러내면서 각을 세웠다. 반 전 총장은 이날 경남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참배했다. 문 전 대표는 김경수 민주당 의원을 봉하로 내려보내 반 전 총장에 손님의 예를 갖췄다.

그러나 기자간담회에서는 반 전 총장에 대해 비판의 메시지를 쏟아냈다. 문 전 대표는 “반 전 총장께서 어떤 명분을 걸든, 반기문 총장이 대통령 되는 것은 박근혜 정권의 연장이고 이명박 정권의 부활이라고 생각한다”며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이 ‘문재인 대표보다는 더 오래 살았다. 한국의 많은 변혁을 더 겪었다고 생각한다’고 한 데 대해서는 “연세가 있으니 경륜도 더 클 수는 있다”면서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라 정권교체냐 아니냐, 박근혜 정권의 연장이냐 아니냐, 그런 것”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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