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그룹이 최지성 미래전략실 부회장의 지시로 매주 수요일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던 사장단회의를 잠정 중단했다. 앞줄 왼쪽부터 김봉영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사장, 김영기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문 사장,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 [이데일리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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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창립 79년 만에 ‘총수 부재’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삼성이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중심의 비상경영 체제로 돌입했다. 삼성은 이에 따라 매주 수요일마다 각 계열사 사장들이 서울 서초사옥에 모여 강연을 듣는 형식의 사장단회의를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의 비상 상황 타개에 그룹의 모든 역량을 집중시키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20일 삼성에 따르면 그룹 2인자인 최지성(66) 미전실 부회장은 삼성이 비상 상황인 점을 감안해 자신이 주재해 매주 수요일마다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던 사장단 회의는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오는 22일로 예정됐던 사장단 회의를 취소하고 삼일절 공휴일이라 원래 회의가 없는 다음 주 수요일(3월 1일) 이후 일정은 추후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에 대한 첫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있던 지난달 18일에도 최지성 부회장 지시로 2009년 1월 이후 8년 만에 수요사장단 회의를 취소한 바 있다.
이번 사장단회의 잠정 중단은 미전실이 중심이 돼 총수 부재 상황을 최대한 빨리 수습하고, 이 부회장에 대한 1심 재판 준비에도 만전을 기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또 과거 2008년 삼성 특검 이후 사장단회의가 협의체로 전환됐을 때와는 현재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당시에는 미전실의 전신인 전략기획실이 해체된 상태였지만 현재는 미전실이 이 부회장의 해체 공언에도 불구하고 그룹의 핵심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장단회의 중단은 최지성 부회장과 미전실이 총수 부재 상황에서 삼성을 이끌고 가는 핵심이란 점을 분명히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최 부회장은 이 부회장 구속 당일인 지난 17일 오후 가장 먼저 그를 면회해 비상경영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관계자는 “지금처럼 강의를 듣는 형태의 사장단회의보다는 다른 형태로 협의할 수 있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