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우크라 전쟁 이후 가장 추운 겨울…에너지 위기 고조

내년 3월까지 기온, 최근 2년보다 낮은 수준 유지 전망
난방 수요, 우크라 전쟁 후 가장 높은 수준 기록할 듯
이탈리아와 발칸반도 등 남부 유럽에 추위 집중
천연가스, 연초 대비 45% 급등
가계 생활비 위기 심화·제조업체 경쟁력 약화 우려
  • 등록 2024-11-27 오후 5:37:25

    수정 2024-11-27 오후 5:37:25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만 3년이 돼가고 있는 가운데 유럽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가장 추운 겨울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유럽에 몰아닥칠 한파로 유럽 대륙의 가스 비축량이 예년보다 빠른 속도로 소진되면서 에너지 비용이 상승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지난 22일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의 한 마을에 눈이 거리를 덮고 있다.(사진=게티 이미지)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유럽중기기상예보센터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1월 현재부터 내년 3월까지 기온은 최근 2년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따라 난방 수요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미국의 위성기업 맥사테크놀로지는 예상했다.

유럽 대륙은 기상 이변에 취약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겨울 추위가 본격화할 경우 이미 높은 수준인 천연가스와 전력 가격에 추가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다.

특히 이달 들어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강품이 이어지면서 저장 시설에서 천연가스가 빠져나가는 속도가 평소보다 빨라졌다. 이는 겨울 후반기와 내년 여름 비축 시기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기상 예보업체 대기 G2의 기상학자인 앤드류 페드리니는 “갑작스러운 성층권 온난화(SSW)가 발생하면 극소용돌이가 약화돼 추운 날씨가 더 남쪽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11월 날씨 패턴이 이런 현상을 동반했던 겨울과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이번 겨울 후반기 성층권 온난화 가능성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맥사의 기상학자 매튜 드로스는 “북유럽과 중부 유럽은 대부분 온화한 날씨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탈리아와 발칸 반도 지역의 남부 유럽을 중심으로 추운 날씨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천연가스 가격은 이미 연초 대비 약 45% 급등하며 강세다. 최근 우크라이나가 진격한 러시아 영토 쿠스크 지역에 북한군이 투입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긴장이 고조된 여파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폭등한 가격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가계의 생활비 위기를 심화시키고 자금난에 시달리는 제조업체의 경쟁 압력을 심화시킬 수 있을 만큼 높은 수준이란 분석이다.

유럽은 이미 올해 말 우크라이나를 통한 러시아 가스 수송 계약이 만료될 때 러시아 가스의 흐름이 중단될 가능성에 대비해왔다. 다만 미국 정부가 지난 21일 러시아 최대 천연가스업체 가즈프롬의 자회사인 가즈프롬뱅크 등 자회사를 추가 제재 명단에 올리면서 예정보다 빨리 천연가스 공급이 끊길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럽의 에너지난이 더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블룸버그는 “천연가스 매장량이 급속히 고갈되고 러시아의 공급 감축이 임박하면서 2년 전 극심한 충격으로 여전히 휘청거리고 있는 유럽에 새로운 에너지 위기가 닥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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