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 형사1부(재판장 변성환)는 23일 오전 김 전 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김 전 원장의 변호인은 “김 전 원장의 연구기금 출연행위가 공직선거법상 허용되지 않는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정치자금법이 금지하고 있는 부정한 용도의 (정치자금) 지출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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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1심에선 김 전 원장이 2016년 자신이 속한 단체 ‘더좋은미래’에 5000만원을 기부했던 행위를 공직선거법 제113조에서 정한 ‘기부행위 제한’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고, 더좋은미래가 재단법인 ‘더미래연구소’에 연구기금 8000만원을 출연한 뒤 김 전 원장이 더미래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며 임금과 퇴직금을 받은 행위도 정치자금의 지출 목적상 사회 상규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변호인은 김 전 원장의 기부 행위가 더좋은미래의 정관·규약·운영상 의무 등에 따른 것이라며 1심 판결에 반박했다. 즉, 김 전 원장의 기부는 의례적 행위로서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예외’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또 “연구기금은 정기적으로 내는 게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내는 비상시적 성격의 기금이어서 종전의 범위를 초과해 기부했다고도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변호인은 김 전 원장이 더좋은미래에 출연한 연구기금과 더미래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받은 급여 사이 관련성이 떨어진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더미래연구소의 2016~2017년 후원금 중 더좋은미래 후원금은 12%에도 미치지 않는다”면서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월평균 1회 정책보고서를 발간하고, 토론회·강연회를 개최한 행위에 대해 김 전 원장이 정당한 대가를 받은 것”이라고 토로했다.
검찰 “기부 행위 위법”…김 전 원장 “참담함 느껴”
반면, 검찰은 1심 판결의 의미를 강조하면서 김 전 원장 측의 항소를 기각해 달라고 요구했다. 검찰은 “피고인의 기부 행위는 단체 정관·규약·운영상 의무 등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게 명확하고, 기부 금액도 종전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게 명확하다”면서 변호인 주장에 반박했다. 검찰은 또 “피고인의 기부 행위는 공직선거법상 금지되는 기부행위로서 정치자금 지출 목적이 위법하고, 지출 목적 등을 종합하면 사회 상규나 신의성실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어 유추 해석으로 기소했다는 변호인의 지적에 대해 “정치자금을 지출할 때 법령에 따른 적법한 장치나 요건을 갖춰야 한다는 건 기본 원칙”이라며 “공직선거법뿐만 아니라 형법 등 다른 법규에서 금지하는 위법한 목적으로 정치자금을 지출하는 것이라면 정치자금 지출의 위법성을 인정하는 것에 하등의 지장이 없다”고 맞섰다.
한편 김 전 원장은 19대 국회의원으로 재직하던 2016년 5월, 임기 종료 열흘을 남기고 후원금 중 남은 5000만원을 후원 명목으로 더좋은미래에 기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더좋은미래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초·재선의원으로 구성됐다. 이후 김 전 원장이 국회의원에서 물러난 뒤 더좋은미래의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 소장으로 취임하면서 ‘셀프 후원’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 사안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김 전 원장의 후원금 액수가 그전까지 낸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게 이유였다. 이 의혹으로 김 전 원장은 2018년 4월 금감원장에 취임한 지 보름 만에 자진해서 사퇴했다.
이후 검찰은 김 전 원장을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으나 김 전 원장이 반발하면서 정식 재판이 진행됐다. 이후 1심에서 검찰은 벌금 300만원을 그대로 구형했지만, 1심 법원은 김 전 원장에 구형보다 높은 형량인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1년, 120시간 사회봉사를 선고했다. 김 전 원장 측은 1심 판결 직후 곧바로 항소했다.
김 전 원장의 항소심 선고기일은 오는 9월 24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