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앞다퉈 “상속세율 인하”…50→25% ‘싹뚝’ 법안까지

당 ‘경제활성화특위’ 위원장 이현재 “세율 절반 인하”
강남갑 중진 이종구 “소득세 최고세율 수준으로”
총선 전 지지층 겨냥…“상속세율, OECD 비해 과도”
당밖선 “실효세율 낮아…소득재분배 포기한 포퓰리즘”
  • 등록 2019-05-20 오후 5:23:29

    수정 2019-05-24 오후 3:25:36

지난 13일 국회에서 이종구 한국당 의원 주최로 열린 상속세법 개정안 토론회(사진=이종구 의원실 제공)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상속세율을 낮추는 법안을 속속 내놓을 태세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이 50%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일본 다음으로 높아, 정부가 꾀하는 소득재분배보단 자본의 해외유출 등 부작용이 더 크다는 인식에서다.

그러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강력 반대하는 데다 정치권 밖에서도 ‘부자만을 위한 정책’이란 비판이 나온다.

상속세 최고세율, 50%→25% 파격안…42% 수준 법안도

20일 국회에 따르면, 이현재 한국당 의원은 상속세율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내용의 상속세및증여세법 개정안을 곧 발의할 예정이다. 이 의원은 중소기업청장 출신 재선으로, 당 ‘소득주도성장 폐기와 경제활성화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현행 상속세율은 5개 과세표준 구간으로 나뉜다. 과세표준 1억원 이하에 ‘10%’를 매기는 최소구간부터, 과표 30억원 초과에 ‘10억4000만원+30억원 초과금액의 50%’를 부과하는 최고구간까지 존재한다. 이 의원은 이러한 세율을 최소 5%, 최대 25%로 인하해야 한단 입장이다.

이 의원은 개정안에 최대주주 등이 보유한 주식에 대한 10%∼30%의 할증평가제도 폐지하도록 못 박았다.

이 의원 법안의 파격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일괄공제금액을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확대하고, 자녀 1명당 인적공제액을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늘리는 등 인적공제액도 두 배로 늘렸다. 금융재산 상속공제 공제한도 2억원은 3억원으로 늘리는 동시에, 함께 살았던 주택을 상속할 때엔 상속주택가액 전액을 8억원 한도 안에서 공제하도록 확대했다. 현재는 주택가액 80%만 5억원 한도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

이 의원뿐만 아니다. 같은 당의 서울 강남갑 3선인 이종구 의원도 상속세 최고세율을 소득세 최고세율인 42% 수준 혹은 그 이하로 낮추는 상증세법안을 마련 중이다. 이종구 의원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한국조세정책학회와 공동으로 토론회를 열고 “상속세율을 높게 과세하는 건 상당히 후진적“이라면서 “국가가 개인에게 50% 이상 세금을 때리는 건 독일 헌법재판소 판례에 의하면 ‘강도 행위’로, 국가나 정부가 할 짓이 아니라고 판결했다”고 법 개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의원 측은 “주식 할증평가제 폐지 법안은 몇 달 전 이미 발의했다”면서 “상속세율 인하 법안도 조만간 발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OECD 평균보다 과도” 주장하지만…각종 공제에 실효세율 15% 수준

이렇듯 상속세 인하 법안을 잇달아 내놓으려는 한국당 의원들은 우리나라 상속세율이 OECD 회원국에 비해 과도하다는 이유를 든다. OECD 회원국 36개국 중 상속세를 폐지한 국가가 13개국, 나머지 23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 평균은 25.8%로 우리나라 절반 수준이란 지적이다. 이는 지지층을 겨냥한 포석이기도 하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상속세 부담이 너무 크다는 불만성 민원이 많다”며 “그러니 해외로 나간다는 얘기가 나오잖나”라고 했다.

가업상속공제 요건 완화를 골자로 한 상증세법 개정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이참에 일반 상속세율도 손보겠단 계산 역시 깔려 있다. 가업상속공제 완화는 19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강하게 반대해 국회 본회의에서 관련 법안이 부결됐지만, 최근엔 여야 모두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상속세는 부과 대상이 적다는 점에서 소수 부자만 대변하려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지난달 말 경제개혁연대가 발표한 ‘상속세와 관련된 오해’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상속세 평균 실효세율(실제 결정세액/총상속재산가액)은 14.7%에 그쳤다. 총상속재산가액은 16조4832억원이었지만, 일괄공제(5억원)와 인적공제 등 각종 공제를 빼고 나니 결정세액이 2조4299억원에 그쳤단 얘기다. 총 피상속인 22만9826명 중 상속세가 결정된 인원은 6986명으로 3%에 불과했다.

민주당에서도 반대 기류가 강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정성호 의원은 “가뜩이나 여러 세액공제 혜택으로 상속세를 내는 분들이 많지도 않은데, 그걸 또 줄여주겠단 건 포퓰리즘적 발상”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이런 감세안을 추진하겠단 건 집권해본 정당으로서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학계에서도 쓴소리가 나온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상속, 증여세는 소득세의 보완역할을 한다. 내야 할 소득세에서 비과세로 내지 않고 형성한 재산을 다음 세대에 물려줄 때 부과하는 것”이라며 “세율 인하는 상속세의 목표인 소득재분배 기능을 포기하겠단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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