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입구 금연 첫날…흡연자는 '난색' 시민들은 '화색'

서울시, 오는 9일까지 금연구역 위반 집중단속 실시
주민번호 없는 외국인, 궁핍한 노숙자 단속 두고 골머리
“금연구역 충분히 인식할 때 까지는 단속보단 홍보 주력"
  • 등록 2016-09-01 오후 6:10:56

    수정 2016-09-01 오후 6:10:56

서울 서초구 흡연 단속 요원들이 1일 오전 서울지하철 고속터미널역 1번 출구 앞에서 흡연행위 단속에 나서고 있다. (사진=전상희 기자)
[이데일리 유태환 전상희 기자] “지하철 안도 아니고 밖에서까지 무슨 흡연 단속을 한다고 그래!”

서울시가 지하철 출입구 10m 이내 흡연 행위 집중단속에 나선 첫 날인 1일 오전 서울역 3번 출구 앞. 담배를 피우던 30대 남성이 단속요원과 30분째 언성을 높이며 승강이를 벌였다. “과태료를 부과해야 하니 신분증을 달라”는 단속요원의 요구에 이 남성은 결국 줄행랑을 쳤다.

집중 단속 첫날 시내 곳곳에서 승강이

서울시는 오는 9일까지를 ‘집중단속기간’으로 정하고 이날 서울 시내 지하철역 곳곳에 단속 요원들을 배치해 흡연 단속을 실시했다. 일부 지하철역에서는 흡연자와 단속요원이 말다툼을 벌이는 등 마찰이 일기도 했지만 지난 5월 이후 4개월의 계도 기간을 거친 만큼 대체로 큰 충돌 없이 단속요원들의 말을 따랐다.

단속 사실을 미리 알고 있던 흡연자들은 무의식적으로 지하철역 입구에서 담배를 꺼내 물려다 단속요원을 발견하고 황급히 흡연구역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앞 을지로입구역 사거리에서는 중구청이 마련한 흡연부스 밖에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오전 9시30분께 중구 단속반이 승합차에서 내리자 이들은 재빨리 흡연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흡연부스에서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담배를 피우던 한 시민은 “통화 중이어서 어쩔수 없었다. 안에 들어가 피우려 했다”며 종종걸음으로 흡연 부스로 이동했다.

서울 중구보건소 관계자는 “10만원이 적은 금액도 아니고 지하철역 출입구가 금연구역이라는 것을 몰랐던 상태에서 과태료를 부과 받는 시민들은 굉장히 불쾌할 수 있다”면서 “계도와 홍보 등을 통해 시민들이 지하철역 인근을 금연구역으로 충분히 인식했다는 판단이 들면 본격적으로 단속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전모(32)씨는 “평소에 지하철역을 나오면 습관적으로 담배를 꺼냈는데 앞으로 흡연 장소를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부 자치구에서는 1년 전부터 지하철 출입구 흡연행위를 단속, 지하철역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윤상원 서초구 보건소 건강정책과 금연관리팀장은 “단속을 시작한 뒤로는 눈에 띄게 역 주변 흡연자들이 줄었다”며 “서초구 전체에서 하루 평균 45건 정도 적발한다”고 말했다. 서초구는 지난해 7월부터 지하철역 10m 이내 흡연행위를 단속하고 있다. 단속을 시작한 지난해 7월 적발 건수는 559건이었지만 지난달에는 92건으로 6분의 1수준까지 떨어졌다.

적발돼도 신분증 제출 거부하면 속수무책

시민들은 지하철역 근처에 담배 연기가 사라지자 반색했다. 고속버스터미널 광장에서 만난 직장인 이모(32)씨는 “몇년 전만해도 담배연기가 빽빽하던 곳이었는데 너무나 달라져 신기하다”고 반겼다.

하지만 과태료 부과식 흡연 단속은 시민들이 협조를 거부하면 속수무책이다. 지난달 26일 오후 고속버스터미널역에서 담배를 피우던 한 60대 남성은 끝내 신분증 제출을 거부했다.

윤 팀장은 “흡연자가 신분증 제출을 거부하면 속수무책”이라며 “매번 경찰을 부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난감할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윤 팀장은 또 “‘지하철 출입구 10m 이내’라는 현장 단속 기준이 있지만 한두 걸음 차이로 딱 잘라 단속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초구의 다른 단속요원은 작은 가방 안에서 카메라를 꺼내 보였다. 그는 “막상 단속에 적발돼도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미리 사진을 찍어둔 뒤 신분증을 요구하면 대체로 따르는 편”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을지로입구역이나 서울역, 고속버스터미널역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오가는 지하철역 출입구에서 외국인들이 담배를 피우는 경우가 그렇다.

지난 26일 오후 단속요원이 40대 외국인이 고속터미널역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는 현장을 적발했지만 과태료는 부과하지 못했다. 말이 통하지 않을 뿐더러 여권 등 신분증도 소지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구보건소 관계자는 “언어소통 문제도 있고 과태료 부과 단말기에는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도록 돼 있어 금연구역을 위반해도 외국인들에게는 과태료를 부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역 출입구 근처 노숙인들도 고민거리다. 중구보건소 관계자는 “노숙인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단속보다는 계도 위주로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보건소 소속 흡연단속 요원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 7번 출입구 앞에 있는 흡연부스에서 단속을 하고 있다. (사진=유태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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