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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초유의 코로나19 사태에 재정 역할 거듭 강조
국가재정전략회의는 나라 살림의 큰 방향을 그리는 재정분야 최고위급 의사결정기구다. 올해 국가재정전략회의는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경제 도약을 위한 재정의 역할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재정전략을 논의하는 한편, 2020~2024년의 재정 운용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진행됐다.
문 대통령이 주재한 이날 회의에는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 국무위원, 경제관련 대통령 직속위원회 위원장, 청와대 및 더불어민주당 핵심인사들이 모두 머리를 맞댔다. 참석자들은 문 대통령이 언급한 ‘전시상황’에 준해 재정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기조를 공유했다.
이미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두 차례 추경을 통해 24조원을 편성한 상황이지만 문 대통령의 재정 역할 강조는 더욱 강력해졌다. 문 대통령은 “해마다 하는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올해는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 상황에서 갖게 됐다”라며 “그야말로 경제 전시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앞선 두 차례 추경도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 신속하게 결정됐다. 문 대통령은 3차 추경에 대해서도 “6월 중 처리”를 주문하면서 다급한 속내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추경의 효과는 속도와 타이밍에 달려있다”라며 “재정이 당면한 경제위기의 치료제이면서 포스트 코로나 이후 경제체질과 면역을 강화하는 백신 역할까지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당정청, 중장기 재정건전성 강화 노력..전문가들 “투명한 재원마련”
재정 확대 정책에 늘 뒤따르는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 의견에는 “지금은 ‘누구를 위한 재정이며 무엇을 향한 재정인가’라는 질문이 더욱 절박한 시점”이라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문 대통령은 재정당국에 “그 점(재정건전성 악화 우려)을 충분히 유념해주시기 바란다”면서도 재정 투입의 당위성은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차 추경까지 포함해 41% 수준이다. 3차 추경을 더해도 평균 110%에 달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비해 양호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재원조달과 관련해 증세나 국채발행 등 구체적인 방안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에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함께해나가야 한다”고만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증세 얘기는 없었다. 이번에 토론 대상이 아니었다”라며 “재정준칙 얘기까지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무리 발언은 문 대통령 대신 정세균 총리가 맡았다. 정 총리는 2021년도 예산안 편성과 관련해 “예산의 총액도 중요하지만, 총액보다는 내용에 관심을 가져달라”면서 “정성을 들여서 재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에는 “각 부처에서 스스로 지출 구조조정을 할 때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존중하는 노력을 해달라”고 말했다. 또 “재정은 경제회복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이고, 근본적으로는 민간부문의 경제활력이 살아나야 세수도 늘어나고 경제도 살아난다”면서 민간투자 활성화 노력을 당부하기도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경제 상황에서 정부 지출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GDP대비 국가부채 비중이 높아지는 속도가 빠른 것은 사실로 재정건전성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며 “지출 구조조정과 함께 결국 증세 문제도 논의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태석 KDI 공공경제연구부장은 “경기 회복을 우선으로 한다면 기존의 사업을 일단 수행하는 것이 우선이지 재원 마련을 목적으로 한 지출 구조조정은 추경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며 “세계적인 경기 부진으로 적자가 불가피한 만큼 지출 구조조정보다는 실제 재정부담과 재원 마련 방안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