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이후 수익성 제자리..올 들어 부진 심화
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하만은 지난 2분기 매출 1조5400억원, 영업손실 900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1분기(영업손실 1900억원)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간 것이다. 1분기보다 적자폭은 줄였으나 매출이 전년 동기(2조5200억원) 대비 40% 가까이 급감했다. 하만의 매출이 1조원대로 떨어진 것은 2018년 1분기(1조9400억원) 이후 약 2년여 만이다.
하만은 삼성전자가 전장 사업 강화를 위해 2016년 국내 기업 인수·합병(M&A) 사상 최대액인 약 9조4000억원에 인수한 기업이다. 당시 등기이사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인수 과정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삼성전자는 전장부품 사업에 강점을 가진 하만을 품고 자사 전장 사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전기차와 자율차 등 미래차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하만 인수가 4년 차를 맞은 상황에서 수익성은 제자리다. 2017년 7조원대에 머물던 매출이 지난해 처음 10조원을 넘는 등 매출은 늘었으나 경쟁 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영업이익은 인수 이전인 2016년 8500억원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코로나19 확산이라는 변수로 완성차 시장이 침체하자 상반기 적자만 2800억원을 냈다. 전장과 오디오 사업 모두 유럽,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자칫 하반기 반등에 실패할 경우 연간 적자 가능성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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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전장 업체가 인수 이후 뚜렷한 수익 개선을 이루지 못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는 미래차 시장 확대에 따라 이들 업체의 수익성도 차츰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존 사업과 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 등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장 사업을 두고 업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면서 제품 가격 하락이 심화하는 등 불확실성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도 올 하반기부터 완성차 시황 개선을 기대하고 내년 흑자전환 목표를 다시 내걸었으나 업계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앞서 ZKW가 올 초 LG전자의 차량용 후미등 사업을 인수하는 등 사업 정리가 이뤄졌지만 램프 사업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관련 사업 노하우를 기반으로 한 신사업 모델 발굴이 절실하다는 평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코로나19 확산이라는 변수로 완성차 시장이 부진하면서 전장 업체 수익도 크게 줄었다. 특히 하만과 ZKW는 일회성 투자 비용을 반영하면서 영향을 받았다”며 “유럽 등을 중심으로 전기차 및 자율차 확산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유효한 상황에서 중복 사업 정리와 시너지를 위한 사업 재편 등이 지속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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