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은행권 가계대출 목표치 예년 대비 ‘반 토막’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내년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5% 내외로 잡고 리스크 관리에 역점을 두는 방향으로 ‘2016년 경영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는 안심전환대출을 포함해 올해 평균 두 자릿수 이상의 가계대출 증가세를 보인 것과 비교해 절반 이상 줄어드는 셈이다. 그만큼 은행들이 보수적인 대출 영업으로 경영 전략의 초점을 ‘성장’보다는 ‘안정’에 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의 경우 올 들어 가계대출(안심전환대출 포함) 규모가 지난해 말 대비 19.8%(16조원) 늘었다. 애초 목표치인 6조원 보다 3배 가까이 많은 규모다. 하지만 내년 가계대출 목표치는 4조원 수준으로 잡고 있다. 전반적으로 내년 경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미 금리 인상과 가계부채 관리 강화 영향을 고려해 보수적으로 잡을 수 밖에 없다는 게 우리은행 측 설명이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는 대신 우량 기업에 대한 신용대출은 늘릴 계획”이라며 “계좌이동제 등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신용대출 우대 등을 확대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 역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인 11.4%(12조 7000억원) 보다 절반 이상 줄어든 4~5%의 증가율을 목표치고 잡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내년에 성장 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맞춰 영업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풍선 효과’ 등 급격한 부작용은 없을 듯
저금리·저성장 장기화 등 경기침체 속에서도 은행권이 자산 늘리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부동산 시장의 활황 덕분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는 데다 내년부터 기업 부실 리스크와 자기 자본 규제 강화 등이 겹치면서 은행들은 더이상 ‘몸집 불리기’에 나설 수 없는 시점에 직면했다. 금융당국 역시 이익은 적게 내더라도 대손충당금을 최대한 쌓아 다가올 기업 부실에 대비해야 한다며 은행권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목표치를 줄였다고 해서 당장 ‘풍선 효과’ 등 부작용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임형석 실장은 “‘풍선 효과’는 수요는 그대로 있으면서 공급이 급격히 줄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인데 내년에는 수요 자체가 줄어들 판”이라며 “주담대 규제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올해보다 안 좋아지면서 자연스레 대출 수요도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개인금융팀장은 “정부도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자산을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주택담보대출은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니 중금리 상품 등을 통해 신용대출쪽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