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1일만의 남북 직통라인 연결..北, 회담 수용까지도 '일사천리'?

1일 김정은 신년사 이후 3일 판문점 통해 전화 연결
발빠르게 채널 복원..대화 호응도 빠르게 이뤄질까
회담 의제는? 현안보다는 대표단 파견 실무 국한이 유리
  • 등록 2018-01-03 오후 6:48:52

    수정 2018-01-03 오후 6:48:52

판문점 연락관이 북한 연락관과 통신을 주고받고 있다. 이날 채널 복원은 1년11개월 만으로 북측이 먼저 전화를 걸어오면서 성사됐다.(사진=통일부)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남북 직통 라인이 1년11개월 만에 다시 열렸다. 3일 북측의 연락으로 판문점 남북 연락관들은 약 20여분간 채널 점검을 마쳤다. 남북 연락 채널이 다시금 가동되면서 북한이 예상보다 이르게 우리 측의 고위 당국자 회담에 호응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성공단 중단 후 23개월만에 복원

남북 판문점 연락채널은 일사천리로 복원됐다. 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 파견 의사를 꺼내고 다음날인 2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데 이어 곧바로 3일 김정은으로부터 판문점 연락채널 가동 지시가 내려졌다. 지난 2016년 2월 12일 이후 691일만의 재가동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부터 줄곧 남북 대화채널 복원에 힘을 기울여왔다. 이를 떠올리면 이번 채널 복원은 추후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하는 의미가 적지 않다. 그간 북한에 연락을 취할 채널이 없어 언론을 통해 북한에 우리 정부의 입장을 표명해왔다. 남북이 직통으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긴밀한 대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물론 판문점 연락 채널이 과거에도 여러 차례 단절과 복원을 반복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여전히 불완전한 상태다. 북한은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3월,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와 한미합동군사연습이 진행되는 데 따른 불만으로 판문점 연락 중단을 일방적으로 선언했고 2010년 5월에도 우리 정부의 5·24조치에 항의하는 조치로 판문점 채널을 폐쇄했다. 앞서 2008년 11월 우리 정부의 유엔 대북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를 문제시하면서 채널을 끊기도 했다.

그러나 판문점 연락 채널이 끊긴 당시에도 개성공단 등 남북 교류가 유지되고 있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지금처럼 남북이 어떠한 연락 수단도 확보하지 못한 적은 없었다. 판문점에서 핸드 마이크를 사용해 북한에 통보할 바를 알리던 것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진전이다.

발빠른 채널 복원..南北 대화, 빠르게 이뤄질까

지난 반년간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에 ‘무시’로 일관해오던 북한이 새해에 들어서자마자 대화 의지에 잰걸음을 보이면서 우리가 제안한 남북 고위급 회담이 예상보다 발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화 제의 25시간30분 만에 통신선부터 복원한 것이 그 방증이다.

지난 2013년 3월 약 3달간 통신선을 끊었던 북한은 6월 6일 당국간 회담 제의로 판문점 연락채널 복원을 시사했고 다음날인 7일 먼저 전화를 걸어 채널을 복구했다. 이번에도 채널 복구에 빠르게 나선 만큼 우리 측 제안에 대해 ‘긍정’이든 ‘수정 재제안’이든 빠른 호응이 기대된다.

국제적인 제재와 압박을 올림픽을 통해 다소 완화하려는 북한의 입장에서도 평창 동계 올림픽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평창 올림픽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실무적인 차원에서 준비할 시간이 촉박하다. 통일부 당국자는 “오늘 일과 시간 중 북측이 회신할 가능성이 있어 대기 중”이라며 북한의 후속 연락 가능성도 내비쳤다.

일사천리 회담진행..의제는?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3일 조선중앙tv를 통해 “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과 조평통 국가체육지도위원회를 비롯한 단위들이 남한 당국과 진지한 입장과 성실한 자세를 가지고 실무적인 대책을 시급히 세우라고 주문했다”는 김정은의 말을 전했다. 다만 리 위원장은 2일 우리 정부가 제의한 고위급 회담의 수락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이번 남북 회담의 의제가 ‘실무적’인 선에서 결정될 것임을 암시한 셈이다.

이번 회담이 평창 올림픽 대표단 파견으로 의제가 국한돼 진행된다면 우리로서도 한결 부담을 줄인 채 회담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와 남북관계 개선 등 스포츠 외적인 요소들을 놓고 대화를 나누기에는 이를 지켜보는 국제 사회의 눈이 부담스럽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북 현안을 가져와서 큰 주제를 논의하기에는 미국도 관계되는 부분이 있다”며 “우선은 시급한 올림픽 참가 문제에 한정해서 실무를 진행하자고 하는 게 효율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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