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 '검수완박' 공개비판…"이것이 개혁인가"

한윤옥 울산지법 부장판사 "검사 손발 잃게 될것"
"檢 직접수사와 수사권 존폐 문제는 엄연히 별개"
"선진국 檢, 직접수사 자제하지만 경찰 강력 통제"
"수사지휘권 폐지 후 재판현장서 증거부실화 결과"
  • 등록 2022-05-02 오후 5:40:15

    수정 2022-05-02 오후 5:40:15

한윤옥 부장판사. (법률신문 제공)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현직 부장판사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 “검사의 기소권마저 사실상 유명무실한 권한이 되고 말 것”이라고 비판했다.

울산지법 형사재판장인 한윤옥(사법연수원 35기) 부장판사는 2일 법률신문에 기고한 ‘검수완박의 진실’이란 글을 통해 “(검수완박법이) 통과될 경우 검사는 손발을 잃게 된다”며 이 같이 밝혔다. 한 부장판사는 “검찰의 직접 수사 문제와 수사권 자체의 존폐 문제는 엄연히 별개 문제임에도 이 부분에 대한 잘못된 인식 하에 이와 같은 시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애초에 수단과 목적의 성격으로 한 몸을 이루는 수사와 기소를 최근 한국처럼 완전히 분리하고자 하는 시도는 선진국 중 어느 곳에서도 발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권보호 및 감독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겸해 탄생한 검찰제도의 연원상 여러 선진국가들에서 검찰이 직접 수사를 자제하고 있는 것은 분명 사실”이라면서도 “검사가 기소 여부를 판단하거나 공소를 유지함에 있어 경찰 수사과정 및 결과를 리뷰하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지시할 경우 경찰이 당연히 이를 이행하는 실무가 선진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찰 수사과정·결과에 대한 검찰 리뷰는 선진국 공통

한 부장판사는 “선진국 검찰은 감독기관으로서의 성격에 충실하기 위해 직접 수사를 자제하고 기소 여부 판단 및 공소유지를 위한 수사행위를 경찰이라는 기관을 통해 하는 것일 뿐”이라며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직접 수사를 하지 않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범죄 혐의를 재판에 회부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기소권은 검사에게 있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심의하는 과정에서 유기적으로 이뤄지는 사실 확인 및 법리 판단 등 일체의 과정이 수사”라며 “수사는 수단이고 기소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사의 목적은 기소 여부의 판단이고, 따라서 인권보장을 위해 적재적소의 법리 검토를 통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사를 해야 한다”며 “법리검토를 통해 기존 수사결과에 미흡한 점이 있다면 당연히 기소를 위한 추가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에 대해 “형사사법시스템 하에서 이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돼 행해질 수밖에 없는 ‘수단’과 ‘목적’을 분리해 사실상 긴장관계에 있는 두 국가기관(검찰 및 경찰)에 분산코자 하는 유래없던 시도”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입구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관련해 시민단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부장판사는 “(법 개정으로) 수사권 행사에 중요한 수단이었던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유명무실화했다”며 지난해부터 시행된 민주당의 1차 검찰개혁 입법에 따른 현장의 혼란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검찰은 경찰의 수사결과가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미흡하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을지라도 경찰에 보완수사를 지휘할 수 없게끔 됐다”며 “형사사법시스템상 수단이 목적에서 분리되는 중차대한 결과가 초래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같은 결과에 따라) 경찰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수사인력으로 검찰이 보완수사를 통해 그 공백을 매워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그 결과는 이미 증거기록의 부실화로 일선 재판 현장에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사권 도려내면 기소권 형해화…형사사법 거꾸로 질주”

한 부장판사는 이 같은 상황에서 검수완박이 시행될 경우에 대해 “종전 개정에 따른 제도 공백을 메워오던 검찰의 보완수사마저 제한하거나 차단하고, 검사의 직접 수사 자체를 법으로 막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기소 여부를 판단키 위해 불가결한 요소인 수사권을 도려냄으로써 검사의 기소권이 형해화된다”며 “기본권 제한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 수사과정을 법률가인 검사의 수사지휘를 통해 통제해 오던 기능 또한 이미 종전 법 개정으로 형해화된 이상, 경찰 수사과정에 있어 헌법상 원칙인 적법절차 원리를 관철할 견제수단 또한 남아있지 않게 된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판사는 그러면서 “‘목적과 수단이 뒤바뀌는 것’, ‘국가수사권이라는 거대한 권력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행사가능케 제한한 죄형법정주의 하에서 기소 여부에 대한 검사의 법률판단에 기속되지 않는 제약 없는 경찰 수사를 가능케 하는 것’, ‘지도도 고삐도 없는 수사권이라는 날카로운 칼을 세상에 풀어놓음과 동시에 종래 검찰이 책임져왔던 권력자들의 중대범죄에 대한 제도적 공백을 야기하는 것’, 그들은 이것을 ‘개혁’이라 부른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괴리 속에서 발생될 혼란의 결과는 온전히 국민들이 부담할 몫이 될 것”이라며 “거꾸로 질주하고 있는 우리의 형사사법시스템이 부디 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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